지지율 반등에도 여권선 우려 여전…"이탈층엔 정책 성공·성과 보여줘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스1"왼쪽을 너무 챙기지 않았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했다고 전해진 말이다. 취임 후 중도·실용을 앞세워 외연을 넓혀온 이 대통령이 기존 지지층도 돌아보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기존 지지층을 모으는 일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았다. 진보 진영을 아우르려던 인사는 후보자 낙마로 이어졌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유시민 작가와의 공방은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신뢰를 다투는 문제로 커졌다.
그러는 사이 30%대로 추락한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왼쪽도 중도도 둘 다 못 챙기는 '진퇴양난(進退兩難)' 아니겠느냐"고 말할 정도다. 추석 연휴 직후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9월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9%로 전주보다 3.1%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를 안정적인 회복으로 단정하는 시각은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갈등 조정 능력에 대한 불만까지 나온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당 기강이 잡힐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김 대표나 이 대통령) 모두 뒤끝 있는 느낌처럼 비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을 다시 돌려보자. 이 대통령이 지지층 결속의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중도·실용 노선에 대한 내부의 의구심이 있었다. 민주당 다선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자꾸 보수 인사를 기용하고 '중도·실용'을 외치면서 지지층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언어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유 작가의 비판도 "오히려 좋다고 봤다"며 "경고 내지는 훈계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외연 확장에 집중하던 대통령에게 기존 지지층의 불만을 전달하는 역할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진보 진영 분열만 키운 좌클릭?
우선 이 대통령의 '좌클릭' 메시지 자체가 중도 확장과 충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사실상 중도 확장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두의 대통령'을 말하면서 특정 진영을 챙기겠다고 하면 지지자와 유권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좌클릭을 보여준 건 인사였다. 특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진보 진영을 포용하려는 취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용 의원이 각종 논란 속에 사퇴하면서 결속을 위한 시도는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왔다. 지지층을 배려한 인사였지만 후보자의 적격성과 검증 문제를 넘지 못해, 되레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진보 진영의 숙원인 '검찰개혁'에서는 이 대통령과 일부 지지층이 기대하는 변화의 차이가 공개적인 충돌로 드러났다. 유 작가는 지난 9월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법무부 안에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을 나누는 구상이 원래 개혁의 최대치였다는 대통령의 설명에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수사·기소 기관을 분리하자는 대통령의 구상을 검찰 조직 내부의 역할 분담처럼 설명했다며 반박했다. 개혁의 속도를 넘어 약속의 내용과 이행 여부를 놓고 맞선 것이다.
진보 진영 내 여진은 여전한 모양새다. 민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지지층도 유 작가 비판 수위가 너무 세다고 느끼는 건 분명하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소위 (이 대통령) 지지층의 지지 강도가 그렇게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연성 지지층'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의 비판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우려다. 유 작가의 비판을 바라보는 민주당 지지층과 전체 응답자의 평가는 엇갈렸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9월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63.6%는 '근거 없는 대통령 흔들기'라고 답했다. '건전한 비평'이라고 답한 비율은 28.7%다. 반면 전체 응답자에서는 '건전한 비평' 58.0%, '대통령 흔들기' 30.9%였다.
비판에 맞섰지만… "지지율 회복은 별개"
유 작가와 김어준씨 등 이른바 진보 진영 스피커들이 펼치는 쓴소리를 두고 더 이상 '레드팀'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민석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유 작가와 방송인 김씨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가벼움이 너무 커지는 듯하다"며 "사랑의 매나 회초리가 아니라 아프라고 때리는 '집단 구타' 같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레드팀'이라면서 대통령의 노력을 애초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처럼 얘기해버리니까 갑갑한 것"이라고 했다.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한 김용민 의원의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 문제가 거론되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개혁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상임위를 강제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대통령과 지도부의 대응에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민주당 인사는 "대통령이 멸칭을 사용하는 일반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와 실제 대응 사이의 간극도 갈등의 한 요인이라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반등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진영 내 균열이 커지고, 균열이 커지니까 또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지율을 회복해야 내부 비판을 잦아들게 할 수 있다"면서 "인사가 그나마 반등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정치적 메시지만으로 떠난 지지율을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지지층은 결속을 호소하는 말에 반응할 수 있지만, 지지했다가 이탈한 유권자에게는 정책의 성공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2.5%포인트,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각각 2.3%, ±3.0%포인트.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