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540억달러 제시, 韓은 “경제성·법적 요건 검토”
CNBC “韓, 높은 건설비·장기 LNG 수요 불확실성에 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알래스카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 간 대미 투자 합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한국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의 알래스카 LNG 투자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합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질문이 재차 나오자 "곧 합의하지 않으면 (청구액을)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대미 투자 약속의 대가로 하향 조정했던 관세를 다시 올리는 등 무역 관련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이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LNG 사업에 약 500억~540억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투자 여부와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사업의 경제성과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국이 발표한 투자 계획의 세부 내용을 두고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 800마일 가스관·사업비 최대 545억달러…관건은 '경제성'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남부 니키스키의 LNG 액화시설까지 약 800마일(1300㎞)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연간 2000만톤 규모의 LNG를 생산·수출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약 445억~545억달러(약 60조원~73조원)로 추산된다.
사업의 가장 큰 변수는 경제성이다. 알래스카에서 생산한 LNG는 미국 걸프만에서 출발하는 물량보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까지 운송거리가 짧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장거리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해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어간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의 생산능력 1톤당 투자비는 미국 걸프만의 유사 프로젝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에 더해 장기 LNG 수요와 계약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건설 기간이 긴 만큼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향후 가스 수요가 둔화할 경우 장기 인수계약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매체 CNBC도 한국이 알래스카 LNG의 짧은 운송거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설비와 장기 수요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사업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떠밀려 장기 인수계약(take-or-pay)을 체결하기보다 사업의 '상업적 실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CNBC에 "알래스카 LNG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건설·엔지니어링·장비 공급 및 LNG 운송 등 사업 참여 기회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