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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 더 빨리 더 높이 뛴다…한국 10년물 상승폭 1위, 미국은 ‘5% 벽’ 돌파

요약
  • 세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4년 만의 최고치인 5%대를 돌파했고, 한국은 1년 새 금리 상승폭이 주요 12개국 중 가장 컸다.
  • 인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 미국 정부와 빅테크 등의 대규모 채권 발행,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고채 공급 증가 등이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 이처럼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우며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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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 쇼크
세계 국채시장의 금리 지도가 1년 만에 크게 바뀌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342%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초저금리의 상징이던 일본도 3%대로 올라섰다. 한국의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중앙SUNDAY가 주요 12개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년 새 147.9bp(1bp = 0.01%포인트)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세계적인 장기금리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우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AI생성이미지] [사진 AI생성이미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진앙은 미국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342%까지 올라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은 5.6%를 넘어섰다. 미 국채는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무위험 수익률’ 기준이다. 기업의 회사채부터 주택담보대출, 주식의 가치평가까지 미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10년물 금리가 5.3%를 돌파했다는 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금리 기준선 자체가 한 단계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그래픽=정수경 기자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도 한둘이 아니다. 브렌트유는 1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4% 오른 배럴당 10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트웬티포자산운용의 고든 섀넌 펀드매니저는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이 적어 채권시장이 계속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세계 금융시장의 금리 기준선
막대한 채권 공급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 뛰어든 빅테크까지 채권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이 올해 7월 초까지 발행한 채권은 약 1940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보다 79% 많다. 골드만삭스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포함한 5개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채권 발행액이 올해 약 2500억 달러, 내년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운데 정부와 빅테크의 자금 수요는 커지는 상황이다. 채권 공급이 늘어날수록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그래픽=정수경 기자 미국발 금리 상승 속에서 한국의 움직임은 더 가팔랐다. 1일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종가 기준)는 4.439%로 1년 전 2.960%에서 147.9bp 뛰었다. 중앙SUNDAY가 주요 12개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일본이 144.8bp로 뒤를 이었고 프랑스 139.9bp, 이탈리아 116.0bp, 미국 112.8bp, 호주 105.2bp 순이었다. 독일은 80.5bp, 캐나다 74.6bp, 영국 69.6bp, 인도 69.4bp, 브라질 57.4bp 상승했다. 반면 중국은 21.5bp 하락했다. 미국은 5%대라는 절대 금리의 벽을 넘어섰고, 한국은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가 뛰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그래픽=정수경 기자 한국의 금리 상승세가 가팔랐던 데는 국내외 요인이 겹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 3.00%로 인상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도 국내 금리를 밀어 올렸다. 특히 한국 채권시장은 미국 금리 움직임에 민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2월 한국 국채가 미 국채 수익률곡선의 가팔라짐에 신흥 아시아에서 가장 민감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 비중이 약 12%로 높은 점도 민감도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도 수급 부담을 키웠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6년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배분 전략’에서 국고채 공급 증가를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 조달비용에도 반영되고 있다. 2일 기준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AA- 등급이 4.668%, BBB- 등급은 10.470%까지 올랐다.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기업에는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게 할 만큼 무거운 수준이다.

가계도 금리 상승에 취약한 차주가 늘어난 상태다. 올해 2분기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23.7%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2.9%,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는 59.3%에 달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이나 가계부채가 많은 가계는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 상승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실질소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뛰면 소비가 위축된다”며 “대규모 재정 확대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고 말했다.

초저금리의 상징이던 일본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일 기준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3.097%로 1년 전 1.649%에서 144.8bp 뛰었다. 12개국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재정 부담 등이 겹친 결과다.

이러한 일본 금리 상승은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중요 변수다. 일본 보험사와 연기금 등은 오랜 저금리 때문에 미국 등 해외 채권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자국 국채에서 3% 안팎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면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면서 해외 채권을 살 유인은 줄어들 수 있다. 즉, 일본의 금리 상승이 미국 국채 수요 감소를 거쳐 다시 미국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금리 상승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미 9월 고용 2만9000명 증가, 예상 크게 하회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하고 어디까지 오를 지로 옮겨가고 있다. 블룸버그가 금융시장 전문가 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켓 펄스’ 조사에서는 53%가 미 30년물 국채 금리가 연내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채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채권시장변동성지수(MOVE지수)는 1일(현지시간) 108.13까지 올라 3분기 초 60대 중후반보다 크게 높아졌다. 향후 미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금리가 치솟는 와중에 경기의 힘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8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도 4.1%에서 4.2%로 올랐다. 경기가 둔화해도 물가 부담 때문에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기업과 가계가 받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와 정부부채 증가로 자산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경기’에서 ‘금리’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기업의 차입비용은 물론 주식시장의 계산법도 달라진다. 미 국채만 보유해도 5%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위험자산에 요구되는 기대수익률도 높아진다. 다만 지금까지 증시는 금리 급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 약 4%에서 9월 5%대로 치솟는 동안에도 AI 투자 기대 등에 힘입어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다. 김영익 한양대교수는 “미국 금리가 장기간 오르면 성장주가 타격을 받고, 주가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내년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역시 주가 하락을 시작으로 강남 및 전국 부동산 시장이 시차를 두고 위축되는 순환 국면에 접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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