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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캉이보다 못하네" 조롱까지… 해마다 논란, 지역축제 살길은?

요약
  •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부실한 운영과 저조한 흥행으로 예산 낭비 논란을 빚고 있다.
  • 전문가들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 팽창보다는 지역 고유성을 살린 축제의 질적 고도화와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올해만 1266개, 지역축제 발전 방법은>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불 지핀 '축제 무용론'
'지역 소멸 위기감' 지자체로선 포기 힘들어
"방문객 등 '유입 효과' 있어 절실한 게 사실"
"문제는 '화제성 없는' 개최와 소멸의 반복"
방문객 수보다는 '질적 고도화'에 무게 둬야
지난달 5일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행사장에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지난달 5일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행사장에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700억 쓴 축제보다 길 잃은 상어 한 마리가 더 낫네."

지난달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발견된 상어 '부캉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 중 하나다. '700억 쓴 축제'란 같은 달 5일 개최된 전남광주 여수시의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뜻한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섬박람회보다, 어쩌다 길을 잃고 공원에 들어온 부캉이의 인기가 훨씬 높은 '웃픈'('웃다'와 '슬프다'를 합성한 신조어) 현실에 대한 비아냥인 셈이다.

'흥행력'만 놓고 보면, 일리가 없는 지적은 아니다. 부산시설공단과 여수섬박람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24~27일 나흘간 친수공원 방문객은 48만3,000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12만여 명 꼴이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여수섬박람회 관람객은 19만 명으로, 일 평균 4만7,500명에 그쳤다. 부캉이가 여수섬박람회보다 2.5배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은 셈이다.

여수섬박람회의 '저조한 성적'은 주최 측이 자초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트럭에 천을 둘러 배처럼 꾸민 허술한 연출 △박람회 행사장 내 식당의 '바가지 가격' 논란 △여수시의 '택시 기사 입단속 공문' 등 개최 한 달 만에 여러 잡음이 잇따랐다. 최종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700억 원대의 비용이 투입된 대규모 행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예산 낭비'란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이달 6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실 '예산 낭비'는 지역축제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비판이다.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리지도 못한 채 우후죽순 기획되거나, 콘텐츠 구성 등이 미흡한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그러나 날로 심화하는 '지역 소멸' 현상에 골머리를 썩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해법은 '얼마나 많은 축제를 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매력적인 축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였다.

"예산 낭비"… 20년 전 비판, 지금도 반복

2022~2026년 지역축제 개최 현황. 그래픽=챗GPT·최현빈 기자 2022~2026년 지역축제 개최 현황. 그래픽=챗GPT·최현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이미 열렸거나 향후 개최를 앞둔 지역축제는 총 1,266개다. 축제 예산은 국비·지방비, 기업 등의 민간 지원금을 합쳐 6,071억3,700만 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지역축제는 매년 900~1,200여 개씩 진행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1,200개를 넘어섰고, 올해엔 더 늘어났다.

효과는 확실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체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62개를 분석한 결과, 작년 열린 축제들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5,827억4,400만 원에 달했다. 김성은 경북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역을 한 차례 이상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역축제의 기능은 분명히 있다"며 "특히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지역에는 외부인이 유입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축제가 절실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축제 남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1월 보고서에서 "2005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행한 뉴스레터는 관(官) 주도형 축제 남발, 예산 및 행정력 낭비, 콘텐츠 획일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한 뒤, "축제의 성격이 모호하고 효과가 미흡하며 낭비적이라는 비판은 20여 년 동안 (똑같이)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윤수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또는 우리는 다르다'라는 기대에 (축제) 기획과 개최가 이어지지만 명확한 차별성이 없으면 긍정적 화제성 역시 덩달아 멀어진다"며 "이런 개최와 소멸의 반복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지역 고유성' 살리는 게 해답… '통폐합' 고려도

2024년 3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진해군항제'를 즐기고 있다. 창원=뉴스1 2024년 3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진해군항제'를 즐기고 있다. 창원=뉴스1

축제 성공의 관건은 '지역 고유성'이다. 관광산업 민간 연구소 야놀자리서치는 8월 발표된 '한국 축제지수: 데이터로 측정하는 한국 축제의 매력' 보고서에서 "'그 지역이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축제'들의 호응도가 높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소가 유튜브와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긍정적 언급량을 종합해 '매력도'로 환산한 결과, △전북 남원시 '춘향제'(1위) △충남 보령시 '보령머드축제'(3위)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5위)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에 꼭 맞는 축제를 기획하려면 '방문객 수'라는 단순 통계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축제의 규모나 목적에 따라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지자체들이) '인풋 대비 아웃풋'을 명료하게 판단하기 위해 '방문객 수'라는 일률적 통계를 갖고 축제를 기획·관리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지역축제는 지역 상권이나 기존 관광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성격의 기존 축제들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 연구원은 "부천시는 원미산 진달래축제, 도당산 벚꽃축제 등 봄철 유사 축제들을 '봄꽃 관광 빅 3'로 묶어 추진함으로써 마케팅 비용 중복을 줄이고 브랜딩 시너지를 창출해 높은 비용 효율성을 기록했다"며 "중장기적인 지역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목적이라면,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지역 자원과 결합하거나 기존 유사 축제를 통합해 규모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축제의 목표를 '질적 고도화'에 둬야 비용 효율성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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