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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 어디에 쓴 거야?" 국제행사 경험 많다더니…부실 논란 터진 日 아시안게임[시사쇼]

요약
  • 최근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등이 주관한 아시안게임에서 2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숙소 부족, 침수, 메달 규격 미달 등 총체적인 부실운영 논란이 발생했다.
  • 지자체와 조직위원회의 운영 미숙과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되었고 국가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수 숫자보다 부족한 숙소
지자체·조직위 운영미숙 문제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최근 일본에서 치러진 아시안게임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부실운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돈으로 2조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개회식 행사부터 선수촌 숙소, 식사 문제까지 온갖 부실운영 논란이 터지면서 국제망신을 당했다는 비판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등 지자체가 주관했는데, 막대한 예산에도 선수촌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 낭비와 유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아시안게임 자체가 외면을 받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막식 전부터 부족했던 선수 숙소…각종 사건사고 발생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선수 숙소 문제다. 일부 선수들이 맨바닥에서 잠을 잤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 문제는 개최 전부터 일본 내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당초 나고야시와 아이치현은 선수촌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건립 부지까지 알아봤지만, 예산을 크게 초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취소했다. 대신 목조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숙소에 2000명, 이탈리아에서 빌린 크루즈선 한 척에 4000명, 지역 호텔에 9000명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해 총 1만5000명 정원의 숙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3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대거 추가되면서 선수단 규모는 1만7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조직 측은 이 발표 이후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2000명분의 숙소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개막식이 열렸고, 숙소를 배정받지 못한 팀은 알아서 잠자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목조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숙소는 매우 비좁았는데, 10평짜리 숙소 1개에 3명씩 배정됐다. 심지어 남녀 선수를 같은 방에 배정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9월 이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나마 있던 컨테이너마저 침수됐다. 컨테이너에서 탈출한 외국 선수들은 임시 대피소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구나 이들 지자체는 그동안 대형 행사를 주로 맡아온 일본 최대 대행업체 덴츠 대신 직접 여러 대행사에 업무를 분산해 맡겼다. 이 때문에 관리가 통합되지 못해 운영이 엉망이 됐고, 선수 숙소는 물론 음식과 대회 운영, 방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메달 문제였다. 메달 개수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일부 선수들은 메달 대신 프린터로 출력한 순위 증서만 받은 것으로 알려져 거센 지탄을 받았다. 금메달 역시 국제 올림픽 금메달 규격인 순금 6그램이 아닌 1그램만 넣어 비판이 컸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해당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와 대행업체 탓만 계속하자 일본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여론이 심각해진 뒤에야 지자체들이 파행 운영을 사과했지만, 향후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그동안 국제행사에서 이처럼 엉망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은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경험이 풍부하고, 아시안게임은 하계와 동계를 합쳐 이번이 7번째 개최였다. 개최 경험이 풍부하고 아시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선진국에서 이런 파행 운영이 나올 것이라고는 개최 전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탓만 하는 지자체와 조직위…국민 관심도 매우 적어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일본 내에서는 지자체와 지역 중심으로 꾸려진 조직운영위원회가 엄청난 지탄을 받고 있다. 운영 능력이 없었다면 미리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운영을 맡겼어야 했는데, 자신들의 방식대로 하겠다고 고집하다가 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조직위는 개최 이전부터 계속 예산 탓을 해왔다. 2조5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선수촌을 계획대로 지으려면 최소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다가, 중앙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아예 선수촌을 짓지 않겠다고 발표해버렸다.

목조 컨테이너 임시 숙소도 개최 전까지 계속 공개를 거부했다. 알아서 잘할 테니 중앙에서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이들 지자체가 중앙 교부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으며, 조만간 대규모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조직위뿐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아시안게임을 너무 소홀히 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와 달리 일본 내에서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크게 격하됐고, 주요 선수들이 아예 참가하지 않고 2군 선수들이 실력 점검 차원에서 나오는 대회로 바뀌면서 국민적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개최 전날까지 티켓이 90% 이상 팔렸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절반도 팔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판매됐다는 티켓마저 중고사이트에 되팔기 상품으로 대거 올라온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공무원과 기업들에 티켓을 강매했고, 이들이 다시 중고사이트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본 중앙정부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국가 이미지 타격이다. 이번 사태는 대회 개최와 행사 진행에 대한 공신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대형 스포츠 행사나 박람회 개최지 선정에서 일본이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폐막 이후 조직위원회 이사가 스폰서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국제망신을 산 바 있다. 이 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 올림픽 조직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삿포로시에서 추진하던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도 아예 포기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뇌물수수가 적발되거나 파행 운영과 관련한 각종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국제 스포츠계에서 일본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더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개최·공동조직위 구성 통한 상호감시 체계 필요성

다만 이번 사태를 일본에서만 일어난 해프닝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지난 7월 엄청난 국제 논란을 일으켰던 북중미 월드컵도 뇌물수수나 비리, 파행 운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2023년 새만금 방조제에서 열린 잼버리 축제가 파행 운영 논란으로 전 세계 뉴스에 오르내리며 큰 국제망신을 겪은 바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도 매번 다음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선정 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 스포츠와 대형 국제행사는 참가 인원이 워낙 많고 경기장과 선수촌, 대회 진행 자체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개최 지자체의 경우 예산 집행을 둘러싸고 너무 많은 이권이 걸려 있어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져 광고나 티켓 판매 수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비리에 빠지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림픽과 월드컵 시청률은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 한국 경기의 중계 시청률은 8~10%에 그쳤고, 이보다 앞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시청률은 겨우 1%대에 머물렀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앞으로는 대형 행사를 한 국가가 모두 몰아서 진행하기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처럼 인접한 여러 국가가 나눠 개최하고 조직위도 공동개최국들이 함께 구성해 상호 감시체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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