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아이오와 제철소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 주지사(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540억달러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앞서, 불과 며칠 전 공개한 150억달러 규모 아이오와주 제철소 투자도 핵심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된 사업’처럼 발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건설을 시작했다”고 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딜은 끝났다(done deal)”고 단언했지만 실제로는 토지 매입과 인허가, 최종 부지 선정은 물론 주정부와의 최종 지원 계약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인도 에사르(Essar) 그룹 계열 메사비 메탈릭스가 아이오와에 15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이미 건설을 시작했다”고 했고, 러트닉 장관도 사업 확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딜은 끝났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이오와 지역방송 등이 현지 토지 기록과 지방정부를 취재한 결과, 사업 관련 대규모 토지 매입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인허가 신청도 제출되지 않았고 공장이 들어설 정확한 위치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당국은 이후에도 메사비가 특정 부지에 최종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확약한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주정부 지원 역시 당시 확정되지 않았다. 메사비는 앞으로 아이오와 경제개발청(IEDA)에 정식 지원 신청서를 제출하고, IEDA 이사회 승인을 거친 뒤 주정부와 최종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백악관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투자 성사의 핵심 조건인 정부 지원 계약은 출발선에 가까웠던 셈이다.
게다가 아이오와가 유일한 후보지도 아니었다. 메사비 제철소를 놓고 아칸소와 켄터키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회사 측은 최근까지 켄터키 경제개발 당국과 협력하는 업무를 담당할 인력까지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발표 당시에도 아이오와행이 되돌릴 수 없는 최종 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결국 공화당 소속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 주지사는 발표 나흘 뒤인 지난 2일 주의회 특별회기를 소집했다. 의회는 대규모 투자에 제공할 수 있는 투자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투자액의 5%에서 최대 10%로 늘렸다. 이번 제철소 사업에 제공될 수 있는 세금 감면·환급 규모는 최대 약 14억달러다. 백악관이 “딜이 끝났다”고 발표한 뒤 정작 아이오와주가 회사를 붙잡기 위해 지원 조건을 새로 만든 셈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백악관 발표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 댄 도슨 아이오와 주상원의원은 특별회기에서 “백악관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든, 백악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든 당시 제시됐던 내용은 부정확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점에 대해 아이오와주를 대신해 트럼프 행정부에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사비 측은 아이오와 투자 추진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제철소 프로젝트 자체가 허구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자 의향이 곧 부지 선정과 정부지원, 인허가, 최종 계약까지 끝난 ‘확정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이틀 뒤 나온 알래스카 LNG 발표와도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 확정을 인정하지 않고 상업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이 투자하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