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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한 알 6500원, 540팀 줄선 ‘한정선’…두 시간 기다린 맛 [먹어보고서]

요약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은 긴 대기 시간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포장과 독특한 맛으로 2030세대와 관광객들 사이에서 선물용 디저트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역 대기 540여팀…줄 잇는 찹쌀떡
통귤·두바이 등 네 개에 2만 1000원
과일 맛이 주인공…떡은 쫀득함 보태
선물로는 매력…가격·기다림은 부담
반으로 자른 한정선 찹쌀떡 4종. 왼쪽 샤인머스캣 요거트, 위쪽 통귤, 아래쪽 쑥 생딸기, 오른쪽 두바이 찹쌀떡의 속재료가 드러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2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정선 매장 앞에 찹쌀떡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지난 2일 서울역 한정선 매장의 대기 등록 키오스크에 현재 대기 인원이 586팀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서울역에서 기차 대신 떡을 기다렸다. 퇴근길 찾은 이곳에서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섰다. 요즘 인기라는 과일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 이야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품절 소식에 물량이 계속 들어온다는 서울역 매장까지 왔다. 떡 한 개에 수천원인데 기다리는 수고까지 더해야 한다. 얼마나 특별한 맛이길래 이럴까. 궁금증을 안고 순번이 오기만을 바랐다.

지난 2일 저녁 7시 반 서울역 한정선 매장 대기 키오스크에 표시된 웨이팅은 540여팀에 달했다. 대기 등록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별도 공간에서 해야 했다. 매장 앞에도 3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주로 2030세대였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직원은 순번이 와도 원하는 제품은 품절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화로 지인의 부탁을 받아 구매할 제품을 고르는 손님도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순서가 돌아왔다. 구매 수량 제한은 없었지만 6구(3만 1000원)와 9구(4만 7000원) 선물세트는 모두 품절이었다. 두바이 찹쌀떡(6500원), 샤인머스캣 요거트 찹쌀떡(6000원), 쑥 생딸기 찹쌀떡(4500원), 통귤 찹쌀떡(4000원)을 골랐다. 네 개 가격은 총 2만 1000원이다. 간식 몇 개를 고른 것치고는 제법 묵직한 금액이었다.

지난 2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한정선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찹쌀떡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일 구매한 한정선 찹쌀떡 4종. 왼쪽부터 샤인머스캣 요거트, 앞쪽 쑥 생딸기, 뒤쪽 통귤, 오른쪽 두바이 찹쌀떡이다. 색색의 종이 포장에 제품명 꼬리표를 달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받아 든 첫인상은 떡이라기보다 잘 공들여 만든 디저트였다. 연두색과 진초록, 노란색과 주황색 종이가 찹쌀떡을 하나씩 감싸고 있었다. 매듭에는 메뉴 이름을 적은 꼬리표가 달렸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 만한 모양새다. 포장을 풀고 반으로 가르자 과일과 속재료의 선명한 색이 드러났다. 먹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게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맛을 보니 주인공은 떡보다 과일이었다. 통귤은 이름 그대로 껍질을 벗긴 귤 한 알에 떡피를 얇게 입힌 정도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과즙이 나왔다. 귤의 맛을 떡의 쫀득함이 받쳐줬다. 쑥 생딸기는 짙은 초록빛과 달리 쑥 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딸기와 앙금이 잘 어울려 낯선 조합이라는 느낌도 크지 않았다. 과일을 떡으로 감싸니 익숙한 재료에 씹는 재미가 더해졌다.

샤인머스캣 요거트는 포도에 요거트를 듬뿍 입혀 먹는 맛에 가까웠다. 떡 자체의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일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과일 맛이 7, 떡 맛이 3쯤 되는 인상이었다. 떡은 맛보다 질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두바이 찹쌀떡은 두바이 쫀득쿠키(두쫀쿠)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네 개 중 가장 비싼 제품인데, 익숙한 유행을 다른 형태로 다시 먹는 느낌이었다.

포장을 벗긴 한정선 찹쌀떡 4종. 왼쪽 샤인머스캣 요거트, 위쪽 통귤, 아래쪽 쑥 생딸기, 오른쪽 두바이 찹쌀떡으로, 네 개 가격은 총 2만 1000원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전체적으로 맛은 무난했지만 긴 기다림으로 커진 기대를 채울 정도는 아니었다. 네 개만 담아도 2만원이 넘는 가격 역시 부담이다. 찹쌀떡 하나에 커피 한 잔 값을 치르는 셈이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는다면서 찹쌀떡 앞에는 줄이 이어지니 웃프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정선은 성수동에서 시작해 주요 백화점과 서울역 등 7곳으로 매장을 넓혔다. 택배나 퀵 배송을 하지 않아 매장을 직접 찾아야만 살 수 있다. 이런 희소성이 기다림을 감수하게 만든다. 매장의 인기는 편의점 협업 상품으로도 이어졌다. GS25가 요거트 젤라토를 넣어 선보인 냉동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9월 3일 전국 판매를 시작해 같은 달 16일까지 누적 40만개 넘게 팔렸다.

한때 노티드 도넛과 케이크가 선물용 디저트로 인기를 끌었듯, 한정선도 유행을 함께 나누는 선물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친숙한 떡에 생과일과 세련된 포장을 더해 선물할 이유를 만든 것이다. 연말 선물철에 이런 매력은 눈길을 끌 만하다. 특별한 날 누군가에게 건넬 생각이라면 기다리는 수고도 정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다만 내 간식으로 다시 두 시간을 기다릴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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