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벗기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먹을 수 있는 껍질은 제대로 씻어 활용하고, 먹기 어려운 껍질은 무리해서 먹지 않는 것이다. pexels채소를 요리할 때 습관처럼 껍질부터 벗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근이나 오이, 가지, 애호박처럼 껍질째 먹어도 되는 채소가 적지 않다.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일부 비타민·무기질,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어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영양소 손실을 덜고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채소 껍질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껍질이 질기거나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감자처럼 특정 상태에서는 껍질과 싹에 유해 물질이 늘어날 수 있는 채소도 있다.
당근·오이, 굳이 벗길 필요 없다
당근은 대표적으로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되는 채소다. 표면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고 솔 등으로 문질러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면 된다. 당근의 껍질을 벗기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라기보다 식감에 따른 선택에 가까울 수 있다.
오이도 껍질째 먹어도 좋다.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K 등이 들어 있다. 표면에 왁스가 발라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깨끗하게 씻고 문질러 제거하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오이는 흐르는 물에서 표면을 문질러 씻은 뒤 다시 흐르는 물에 헹구는 방법을 권한다.
가지 역시 껍질을 먹는 게 좋다. 특히 가지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인 나수닌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크기가 크고 오래된 가지는 껍질이 질길 수 있어 식감을 고려해 벗겨도 된다.
감자 껍질은 먹어도 되지만 ‘싹’은 다르다
감자와 고구마 역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채소다. 감자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칼륨 등이 들어 있어 껍질째 구워 먹으면 버리는 부분을 줄일 수 있다.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껍질을 충분히 문질러 씻은 뒤 굽거나 찌면 된다.
다만 감자는 다른 채소와 달리 껍질째 먹을 때 특별히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많이 난 감자다. 감자가 햇빛 등에 노출돼 녹색으로 변하면 껍질과 녹색 부분, 싹 등에 글리코알칼로이드가 많이 축적될 수 있다. 이 물질을 많이 섭취하면 위장관 및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싹이 조금 난 감자는 싹과 주변을 충분히 제거하고 조리할 수 있지만, 감자가 전반적으로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많이 난 경우에는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단순히 껍질을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단호박 껍질은? 종류와 조리법에 따라 다르다
호박은 조금 복잡하다. 단호박처럼 껍질이 비교적 얇고 익히면 부드러워지는 호박은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특히 작은 단호박은 깨끗이 씻어 찌거나 구우면 껍질까지 함께 먹기 좋다. 반면 늙은 호박처럼 껍질이 두껍고 단단한 호박은 껍질을 벗겨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양에서 먹는 버터넛호박이나 도토리 모양의 도토리호박 등도 종류에 따라 껍질째 먹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단호박에 비해 흔하게 유통되는 품종이 아니어서 굳이 품종명을 구분해 기억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익혔을 때 껍질이 충분히 부드러워지는 품종인지, 껍질이 지나치게 두껍고 질기지는 않은지를 살피는 것이다. 즉 호박은 익힌 뒤 껍질이 충분히 부드러워지는 품종만 먹는다고 기억하는 편이 쉽다.
양파·마늘·옥수수 껍질은 굳이 먹지 않는다
반대로 양파와 마늘의 바깥 껍질, 옥수수의 껍질처럼 질기고 소화하기 어려운 외피는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먹을 수 있는 성분이 일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과일·채소 껍질은 독성이 있어서 못 먹는 것이라기보다 너무 질기거나 쓰거나 소화하기 어렵거나 깨끗하게 씻기 어려워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껍질을 먹는 것이 목적이 되어 음식의 맛이나 식감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껍질째 먹는 것이 불편한 채소라면 벗겨 먹어도 된다.
껍질째 먹는다면 ‘씻는 법’이 더 중요하다
껍질째 먹기로 했다면 철저한 세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과일·채소의 잔류농약은 물로 씻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오이는 흐르는 물에서 표면을 문질러 씻고, 배추·양배추는 겉잎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씻는다.
특히 껍질을 벗길 예정인 채소도 먼저 씻는 것이 좋다. 씻지 않은 감자나 오이를 칼로 자르면 껍질 표면의 흙이나 미생물이 칼을 통해 안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도 감자처럼 표면이 단단한 농산물은 흐르는 물에서 손이나 깨끗한 솔로 문질러 씻을 것을 권한다.
껍질에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등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껍질을 먹는 것이 항상 건강에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껍질을 벗긴다고 채소 자체의 영양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껍질째 먹을 수 있다면 버려지는 부분을 줄이고 일부 영양소를 더 섭취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껍질을 먹는 것이 영양상 이점이 있지만, 껍질을 벗기는 것이 과일·채소 섭취 자체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굳이 껍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