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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YS·이해찬의 교훈…이 대통령, 코어 지지층 넘어 중도실용 가는 법

요약
  • 최근 넉 달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토막 난 주된 원인은 중도층의 이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성공적인 국정 운영과 향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코어 지지층을 넘어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61
4개월 동안 지지율 반토막…중도층 이탈 심각
회복 못 하면 총선·대선 패배하고 개혁 물거품
이해찬 “가치는 역사에서, 방법은 현실에서 배우라”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 오찬에서 축사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 오찬에서 축사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일단 멈췄습니다. 9월30일 발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평가는 긍정 38.5%, 부정 57.8%였습니다. 2주 전에는 긍정 35.9%, 부정 59.4%였습니다. (이하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10월1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평가는 긍정 43%, 부정 50%였습니다. 3주 전에는 긍정 43%, 부정 48%였습니다. 한국갤럽은 추석 연휴 때문에 여론조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오는 10월9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9월18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37%, 부정 56%였습니다.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이유가 뭘까요?

첫째, 성난 민심이 다소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연휴 전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웃음기 없는 얼굴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다음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사과하면 금세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착한 민족입니다.

둘째, 빠질 만큼 다 빠진 것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다가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더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입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두꺼운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3 선거 직전인 5월에 가장 좋았습니다. 선거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추석 연휴 전 9월이 가장 나빴습니다. 한국갤럽 5월 통합 자료와 9월 통합 자료를 비교해 봤습니다. 5월에는 긍정 63%, 부정 28%였습니다. 9월에는 긍정 38%, 부정 53%였습니다. 넉 달 만에 긍정·부정이 완전히 뒤집혀서 반 토막이 났습니다.

누가 빠져나갔을까요? 왜 빠져나갔을까요? 모든 지역, 모든 연령층에서 다 나빠졌습니다. 정치 성향별로 보수, 중도, 진보에서 다 나빠졌습니다. 중도는 5월에 긍정 64%, 부정 26%였는데, 9월에는 긍정 37%, 부정 53%로 뒤집혔습니다. 진보는 5월에 긍정 91%, 부정 7%였는데, 9월에는 긍정 62%, 부정 33%로 악화했습니다.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전체 수치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9월22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 545건을 분석해서 10월1일 치 중앙일보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을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에서 찾는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임기 초(2025년 7월1일 기준)와 비교하여 ‘진보’ 중 약 33%(79.2%→53.4%)가 이 대통령 지지에서 비지지로 돌아섰다. 반면 ‘중도’에서는 약 40%(65.9%→39.5%)가 지지에서 비지지로 돌아섰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중도층의 이탈이 컸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누가 빠져나갔는가’ 못지않게 ‘누가 돌아올 것인가’에 관심이 클 것입니다.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이른바 ‘코어 지지층’과 중도층 중에서 주로 어느 쪽을 향해 호소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10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10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치에서 ‘집토끼-산토끼’는 매우 오래된 논쟁입니다. 정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치인과 정당이 처한 환경과 선거 지형, 민심의 흐름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대체로 당내 경선은 집토끼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고 전국 선거에서는 산토끼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지 기반을 중도층으로 확대해야 정권을 잡을 수도 있고 정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금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중도층 지지 회복에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청산과 중도 실용 두 가지 구호를 내세워 대통령이 됐습니다. 내란 청산은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중도 실용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코어 지지층을 넘어서서 중도 실용주의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머뭇거리면 안 됩니다.

중도 실용주의로 나아가도 코어 지지층은 떠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감을 회복하며 결집할 것입니다. 하지만 코어 지지층에 초점을 맞추면 중도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중도층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율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일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이재명 정부의 야심 찬 기획인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2027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해도 민주당이 이기기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입니다. 총선에서 지면 2030년 대선도 위험합니다. 정권을 잃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어렵게 쌓아 올린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포함해 모든 개혁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곧 국정 운영의 기본 동력입니다. 일을 못 해서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지율이 낮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김영삼 대통령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취임 첫해에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도입 등 고강도 개혁을 밀어붙였습니다. 높은 지지율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예스24 자료 예스24 자료
“내가 1993년 한 해 동안 한 시각도 쉴 틈 없이 변화와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주었고, 나는 그러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개혁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개혁을 추진하는 강력한 리더십과 국민적 지지 여부다. 개혁의 주체가 반개혁적 도전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국민은 자신에게 돌아올 고통을 기꺼이 분담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그러나 임기 후반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12월 무소속과 야당 의원들을 끌어들여 국회에서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했습니다. ‘노동법 파문’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노동법 개정의 시기가 집권 후반기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집권 후반기에 과연 이를 추진할 수 있겠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대승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내 자신의 이미지 관리만을 생각한다면 후임자에게 책임을 미뤄버리고 부담을 털어버리는 것이 좋을지 모르나,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노동법 개정이 지연되는 만큼 국가 경쟁력은 후퇴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노동법 파문’의 결과는 정권의 몰락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례에서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노무현 재단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평전을 냈습니다. 지은이 윤태영 전 연설기획비서관을 경향신문 김광호 논설위원이 인터뷰해서 9월30일 치 신문에 실었습니다.


-책에서도 본인 소신은 ‘국민통합’이라고 했지만 낮은 지지율은 그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됐던 것 같습니다.

“재임 중에 그런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지지율이 높을 땐 국민들이 수용하는 모습이 확 들어와요. 지지율이 낮을 때는 아무리 합리적인 제안이라도 쉽게 거부되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지율이 밑바탕에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긴 하구나 생각할 때가 있었죠.”

-지금 정치가 노무현 시대를 참고삼아야 할 게 있다면 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게 있다면 뭔가요.

“대통령의 시야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려고 애를 쓴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근데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반보 앞에서 내다보면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것들이 좀 반면교사로 남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여러 가지 일을 너무 앞서 하셨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노 전 대통령께서도 똑같이 말씀하셨을까요.

“아, 아닐 수도 있죠. 다 이 시대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을 수 있죠.”

윤태영 전 비서관의 말은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강조했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좋아했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그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근본주의적이거나 극단적인 주장에는 잘 끌리지 않는 개량주의자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말은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배우라’는 말이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오가는 불성실하고 불철저한 근본주의자보다는 성실하고 철저한 개량주의자가 사회와 진보에 훨씬 더 기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1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0월1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놓고도 정청래 전 대표가 반대하자 포기했습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지명해 놓고도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이 반대하자 임명 절차를 늦췄습니다. 코어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다수 국민을 믿고 담대해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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