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순매수 1~4위 미국 대표지수 ETF
1~2분기 반도체 쏠림서 석 달 만에 변화
배당·TDF·단기상품도 10위권 진입
"투자 기간·위험 감수 수준부터 따져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집값과 자산시장은 여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앞선 세대가 걸어온 삶의 공식도 희미해졌습니다.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연금은 더 이상 은퇴를 앞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금 빌드업>은 가장 긴 투자, 연금을 처음부터 배우고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한 기록입니다. [편집자주]
올해 2분기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3분기에는 미국 대표지수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3분기 들어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자 특정 종목이나 업종 대신 미국 시장 전반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형과 타깃데이트펀드(TDF), 단기 금융상품도 순매수 상위권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1~4위 휩쓴 미국 대표지수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순매수액이 가장 많았던 ETF는 'TIGER 미국S&P500'이었다. 'TIGER 미국나스닥1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KODEX 미국S&P500'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4위가 모두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채워진 것이다.
자료=미래에셋증권 / 그래픽=ChatGPT2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당시 순매수 1·2위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었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도 각각 3·4위에 올라 반도체 관련 상품이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3분기 들어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선택도 달라졌다. 코스피는 3분기 첫 거래일인 지난 7월1일 8303.41에서 지난달 30일 6838.04로 17.6% 하락했다. 지난 7월30일에는 5593.56까지 밀렸다가 9월23일 7080.92로 반등하는 등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거래 열기도 식었다. 국내 증시의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34조6620억원으로 2분기 55조9269억원보다 38.0% 감소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거래 위축을 경험한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등 상대적으로 투자 대상이 넓은 지수형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큰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투자 대상이 넓은 대표지수 상품을 선택하는 등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당·TDF·단기상품도 상위권 진입미국 대표지수 외에도 현금흐름과 분산투자,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 부상했다. 미국의 우량 배당성장주 100종목(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려온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매수 6위에 올랐고 은퇴 시점(2045년 전후)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TIGER TDF2045 적격'은 7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8위를 기록했다. 주식을 보유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도 10위에 진입했다.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TIGER 반도체TOP10'과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가 각각 5위와 9위에 올랐다. 2분기처럼 순매수 최상위권을 독식하지는 못했지만, 주가 조정 과정에서 반도체를 사들이려는 수요는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처럼 투자 기간이 긴 자금일수록 단기 수익률에 따라 상품을 바꾸기보다 투자 목적에 맞는 자산배분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 대표지수는 오랜 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와 장기 투자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며 "투자 기간이 긴 연금은 대표지수형 상품을 중심으로 여러 자산에 분산해 복리 효과를 노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당형 ETF는 자산 증식보다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하거나 연금 수령 시점이 가까운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며 "결국 연금 자금을 언제 사용할지에 맞춰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