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전기차 시장 판도 바꿀 ‘게임체인저’… 車 업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

요약
  •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화재 위험이 적고 주행 거리가 긴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히지만, 높은 기술 난이도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조기 상용화에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현대차, 전고체 배터리 자체 개발 뜻 밝혀
日·中 완성차 기업들도 잇따라 ‘참전’
개발 난이도 높고 비용 부담… 조기 상용화 힘들 듯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전기를 통하게 하는 물질)을 불연성 고체로 대체해 화재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 향상으로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어 ‘꿈의 전지’로 불린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최한 'HMG 테크 탤런트 포럼'에서 (왼쪽부터) 알페시 파텔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정의공장(SDF)추진담당 상무, 잭 재코우스키 보 17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최한 'HMG 테크 탤런트 포럼'에서 (왼쪽부터) 알페시 파텔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정의공장(SDF)추진담당 상무,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본부장 사장이 패널 토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R&D본부장(사장)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HMG 테크 탤런트 포럼 2026’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러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완성차 산업의 가장 큰 승부수에 해당되는 이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배터리 셀의 사양과 구조를 자체 개발하고 양산은 외부 제조사에 맡기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들에 앞서 차세대 전지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할 경우 가격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전기차 판매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약 500~600km 수준이다. 이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액체 전해질로 채우기 때문에 화재 위험에 취약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구성해 내열성과 내구성을 개선하고, 밀도를 높여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를 1000km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위험이 없고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될 경우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의 장점도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에 사활을 건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 뿐이 아니다. 그동안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도요타는 이르면 내년 양산을 목표로 에너지 기업인 이데미츠 코산 등과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혼다도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인 퀀텀스케이프와 손잡고 최근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전고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전고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는 내년 1분기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시범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8년부터 양산에 돌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BYD의 스텔라 리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현지 매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내년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첫 번째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 부사장은 구체적인 양산 일정이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출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리 부사장이 밝힌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이 양산형 모델이 아니라,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 차량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완성차 그룹인 지리자동차는 올 초 발표한 5개년 전략을 통해 올해 안에 전고체 배터리의 자체 개발을 마치고 검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도 전고체 개발을 진행 중이며, 리오토 등 일부 기업들은 샘플까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실제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기술 개발이 어렵고 제조 공정도 까다로운 데다, 양산 초기에는 가격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커 단기간에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쩡위친 회장은 지난 6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배터리 기술의 성숙도를 1단계부터 9단계까지 나눈다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이제 막 4단계에 와 있는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배터리 업계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제조 비용이 주행거리 500km의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의 3배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도 “5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차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기간 동안 원재료 비용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량 생산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