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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통시장, 쿠팡에 맞서 ‘이것’을 시작하다 [시선]

요약
  • 1974년부터 이어진 울산 학성새벽시장이 전통시장 중 전국 최초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된 상품을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배송하는 이 서비스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통시장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
1974년부터 이어온 울산 학성새벽시장이 전국 최초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양재학(41)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이 9월8일 새벽 울산시 중구 번영로 센트리지 아파트에서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양재학(41)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이 9월8일 새벽 울산시 중구 번영로 센트리지 아파트에서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9월8일 새벽 5시25분. 주황색과 흰색이 섞인 가방이 문 앞에 놓였다. 쿠팡 로켓프레시 보냉백 옆에 자리 잡은 그 가방은 이커머스 것이 아니다. 이 아파트로부터 700m 떨어져 있는 ‘울산학성새벽시장’에서 왔다. 1974년부터 이어져온 전통 도매시장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통시장 가운데 전국 최초다.

학성새벽시장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9월4일 정식으로 오픈했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중구청, 센트리지 아파트가 상생 협약을 맺어 시작되었다. 배송권역은 번영로 센트리지 아파트 1~5단지, 약 2600세대다. 전통시장보다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층이 주요 타깃이다. 학성새벽시장 새벽배송 몰에서 전날 밤 11시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7시 전까지 집 문 앞에 도착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새벽시장 내 학성신선마트에서 이뤄진다. 9월8일 새벽 3시, 한 직원이 전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했다. 주문 건수는 총 50건. 시장 내에 있는 상점에 상품을 발주하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상인들이 학성신선마트로 가져온다. 김경숙(63) 상인회 사무국장이 손수레를 끌고 시장 내 청과물 창고에 들어가 전날 저녁 8시에 산지에서 도착한 포도 상자 더미에서 신선한 제품을 골라 가져온다. 새벽 4시 직원들은 숙주·상추·대파 등 상품을 소분하고, 상품을 포장한다. 포장된 보냉백은 새벽 5시 즈음 냉장 탑차에 실려, ‘시니어 배송원’이 집 현관 앞까지 배송한다. 배송 몰에는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온라인 몰보다 훨씬 더 좋다’는 후기가 줄지어 달려 있다.

한 직원이 주문 내역을 확인해 학성새벽시장 내 상점에 상품 발주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한 직원이 주문 내역을 확인해 학성새벽시장 내 상점에 상품 발주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학성새벽시장 상인이 발주된 상품을 납품하기 위해 신선마트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학성새벽시장 상인이 발주된 상품을 납품하기 위해 신선마트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경숙 상인회 사무국장과 양재학 단장(오른쪽)이 창고에서 포도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경숙 상인회 사무국장과 양재학 단장(오른쪽)이 창고에서 포도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경숙 상인회 사무국장이 저온 냉장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바나나를 검수하는 모습. ©시사IN 박미소 김경숙 상인회 사무국장이 저온 냉장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바나나를 검수하는 모습. ©시사IN 박미소 직원들이 새벽배송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직원들이 새벽배송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1480원짜리 당근 한 봉지도 무료로 배송한다. ©시사IN 박미소 1480원짜리 당근 한 봉지도 무료로 배송한다. ©시사IN 박미소

‘배송비 0원, 최소 주문금액 없음.’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까닭은 생존을 위해서다. “손영한(64) 학성새벽시장 상인회장은 대형마트가 생기고 코로나19를 지나, 온라인 배송 플랫폼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시장에 굳이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라며 “그래서 이제는 찾아가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위기감은 켜켜이 쌓였지만, 시장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왔다. 2017년에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관공서와 복지관 등에 식자재를 납품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디지털전통시장사업 지원을 받아 온라인 판매와 배송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2027년까지 지원을 받는다. 내년에는 중구청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시니어 배송인력을 10여 명으로 늘린다.

약속된 지원이 끝나면 시장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은 ‘30~40년 오랜 경륜과 좋은 품질, 그리고 가격’이라고 손 회장이 말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

학성새벽시장 새벽배송 냉장 탑차가 센트리지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학성새벽시장 새벽배송 냉장 탑차가 센트리지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학성새벽시장 새벽배송 몰 모바일 화면. ©시사IN 박미소 학성새벽시장 새벽배송 몰 모바일 화면. ©시사IN 박미소 학성신선마트 앞에 모여 선 상인들. 왼쪽부터 학성새벽시장 상인 이영민, 손영한, 오외숙, 홍정순, 이명희, 김원중씨. ©시사IN 박미소 학성신선마트 앞에 모여 선 상인들. 왼쪽부터 학성새벽시장 상인 이영민, 손영한, 오외숙, 홍정순, 이명희, 김원중씨. ©시사IN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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