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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군 별들의 오만은 어디서 나왔나

요약
  •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위헌·위법한 명령을 따르며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등에 가담한 군 고위 지휘관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았다.
  •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위헌적 명령을 집행 가능하게 만든 군사법의 허점과 상명하복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실효성 잃은 통제 장치, ‘위법’을 ‘집행 가능’으로 바꾼 군 법제의 허점 12·3 내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부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9월21일 각각 징역 18년, 징역 15년, 12·3 내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부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9월21일 각각 징역 18년, 징역 15년,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2024년 12월3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시민들은 그것이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당시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추진, 2025년도 예산안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다고 주장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후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했다. 시민들은 그것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고, 일부는 거리로 나가 계엄군의 국회 침투·봉쇄 시도를 맨몸으로 막았다.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국가폭력을 주로 연구해온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서 ‘제복 입은 시민’(앨피 펴냄, 2026)에서 그날 밤을 이렇게 평가했다.

“2024년 12월3일 밤을 겪으면서, 우리는 군대를 완전히 개혁하지 않으면 군대가 국민에 대한 위협 요소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 최근 20여 년 사이에 개선된 군대 이미지는 2024년 12월3일 밤의 쿠데타로 일격에 날아갔다. (…) 시대정신에 어울리는 앎과 의지를 갖춘 고위 지휘관은 드물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민주주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내란죄, 공소시효 없는데… 영관급마저 가담

2026년 9월21일. 12·3 내란 때 군인들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출동시키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했으며, 현직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시도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앞둔 의원을 밖으로 끌어내라고 명령한 사령관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아래 표 참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부 재판장인 이현경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인들은 육군참모총장(박안수), 국군방첩사령관(여인형), 수도방위사령관(이진우), 육군특수전사령관(곽종근), 정보사령관(문상호)으로서, 대한민국 육군·방첩사·수방사·특전사·정보사 부대를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는데도 군의 사명과 의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 (…) 또한 군대 내에서 상관 명령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켜 대한민국 국군의 전력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손상을 남겼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막대한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로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무거운 범죄인데도, 장성급뿐만 아니라 영관급 지휘관마저 12·3 내란을 구성하는 폭동 행위에 가담했다.(아래 표 참조) 이들은 위헌·위법한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 앞서 전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등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7-2부(재판장 오창섭)는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국회의원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는 “설령 적법한 계엄하에서도 수행할 수 없는 반헌법적 임무임이 자명”하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할 사유(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불법임을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8월27일 피고인 7명 중 5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디자인주 손정란 팀장 디자인주 손정란 팀장

개인 망상에 날개 달아준 ‘군사법’

군이, 구체적으로 말하면 합동참모본부가 계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세우는 계엄 시행 계획은 전시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 한미연합연습을 매년 전·후반기에 각 1회씩 할 때 한국군은 전시 상황을 상정해 계엄 훈련을 한다. 평시에 계엄이 선포돼 민간인을 통제하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 계엄법에도 국회 봉쇄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위의 피고인들은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밖으로 끌어내 체포·구금하려 했다. 12·3 내란의 밤에 일반 시민들도 단번에 알아차린 윤석열의 위법 행위를 평소 계엄 훈련을 하는 군인, 그것도 지휘관급 군인이 몰랐다고 보긴 어렵다.

윤석열,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한덕수(전 국무총리), 이상민(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12·3 내란을 일으키거나 그것에 기여한 공직자와 군인이 차례로 처벌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개별 행위자의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내부에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하급자가 상급자의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장병들은 상관의 명령을 일단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쉽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 때 일부 병력은 명령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채 동원됨으로써 상관의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한 판단과 거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안임이 드러났다.(각주1) 12·3 내란 때 동원된 무장 군인 수만 최소 1605명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장은 “12·3 비상계엄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위헌·위법적 계엄이 왜 가능했는가’라는 단일 질문이 아니라, 통제 장치가 어떤 경로로 실효성을 상실했고, 그 결과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는 명령이 어떤 조건 아래 ‘집행 가능한 명령’으로 전환됐는가라는 복합 질문”이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한국 군인이 ‘헌법의 수호자’이자 ‘헌법적 행위자’로 기능하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의 명령·복종 체계가 위헌·위법한 명령을 어떻게 집행 가능하게 하는지 그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다.(각주2)

이재승 교수는 윤석열이 “계엄 아래서 정치적 걸림돌이 된 세력을 제멋대로 처단할 수 있다는 망상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라며, 그런 망상에 날개를 달아준 것 중 하나로 ‘군사법’을 지목했다.(‘제복 입은 시민’)

군사법의 하나인 현행 군인복무기본법(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 군형법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불복종한 경우에는 항명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두 법 모두 무엇이 위법한 명령인지 열거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독일은 군형법에서 명령과 관련해 상관의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 군형법은 권한(명령권)이나 직위를 남용해 직무와 무관하거나 직무상의 목적에 반하는 명령을 하거나, 부하에게 형법상의 범죄를 사주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선동하거나, 징계권을 남용하는 상관을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의 군형법은 상관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조문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 이재승 교수는 “우리 형법이나 군형법의 해석을 통해서 독일 군형법상의 결론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관의 범죄와 책임에 대한 명료한 규정은 명령계통 안에서 법치주의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지휘관이든 하급자이든 자신의 책임을 명료하게 계고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제복 입은 시민’)

12·3 내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왼쪽),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2026년 9월21일 서울중앙지법이 각각 징역 10년,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한겨레 12·3 내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왼쪽),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2026년 9월21일 서울중앙지법이 각각 징역 10년,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한겨레 자료사진

“어떤 명령도 복종해라”… 독일·프랑스선 통하지 않는다

군인복무기본법이 하급자(부하)에게 복종 의무만을 규정할 뿐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다. 다른 나라 입법례는 그렇지 않다. 독일 군인법은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명령이나 직무상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상관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허용한다. 또 범죄를 명하는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 그 명령의 수행이 범죄라는 점을 알았거나, 정황상 그 점이 평균적인 군인의 시각에서 명백한 때는 하급자도 위법한 명령 수행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프랑스 국방법전도 마찬가지다. 이 법전은 하급자가 명백히 위법한 행위, 또는 무력 충돌에 적용되는 국제법 규칙과 발효 중인 국제협약에 반하는 명령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그러면서 하급자의 책임이 상관의 책임을 조금도 면하게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6년 3월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명령, 명백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명령과 같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 대해 거부 또는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명령 발령자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현 소장은 “12·3 당시 수방사 제1경비단장(조성현) 등 일부 중간 지휘관들이 명시적인 명령 거부 대신 병력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거나 (병력) 진입을 지연시키는 등의 소극적 임무 수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러한 절차 공백의 압력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각주2)

법을 개정해서 이 공백을 메운다고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맹목적인 군인이 아니라, 지시를 받았을 때 그것이 민주적 기본 질서의 틀 안에서 과연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인지를 판단하는 군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의 한국군 정신전력 교육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법치, 국군의 사명과 같은 ‘헌법적 가치’가 교육 내용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배운 내용이 군인의 판단과 행동 기준으로 전이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군 내부에서도 제기된다.(각주3)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은 군인이 민주시민으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와 행동 기준이 된다.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것을 그 존재 목적으로 하는 군에 헌법은 모든 활동의 기준이자 근거가 되기 때문에 헌법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군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각주4)

‘위법 명령 거부권’ 빠진 군인복무법 개정안, 12월 시행

그 교육이 누구에게 먼저 필요한지는 12·3 내란이 보여줬다. 국방부는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를 2025년 9월30일부터 2026년 1월22일까지 약 4개월간 운영했다. 12·3 내란으로 드러난 군 통제 체계의 취약성과 헌정 질서 위기를 배경으로 정부가 설치한 자문기구다. 이 위원회의 헌법가치분과는 12·3 비상계엄의 기획·실행이 장성급 지휘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군 내부의 판단 공백이 단지 병사 수준의 법 지식 부족 문제가 아니라고 본 해당 분과는 ‘교육 원칙을 법 지식 주입이 아니라 헌법 가치 체화로 설정하고, 영관급·장성급 장교 및 지휘관 교육을 우선 강화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각주5)

군인은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국방부는 군인에게 헌법 및 국방 관계 법령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이 2026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10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하급자가 상관의 위헌·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이의 제기 절차, 무엇이 위법한 명령인지를 열거하는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 참고문헌

1. 국가인권위원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 2026

2. 강성현·김종철, ‘헌법적 예외의 제도화와 군인의 헌법적 책임’, ‘기억과 전망’ 54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26

3. 박지호, ‘한국 군대의 정신전력 교육 및 운영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정신전력연구’ 83호, 국방정신전력원, 2025

4. 정찬영, ‘장병 헌법 교육을 통한 군 정신전력 강화 방안’, ‘정신전력연구’ 62호, 국방정신전력원, 2020

5. 자문위원회 헌법가치분과 제3차 자문회의 의견서,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정신전력 교육 강화 방안’, 2025

□ 관련기사

https://h21.hani.co.kr/arti/SERIES/3319

<법정에서 규명하는 12·3 내란> 기사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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