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전자담배 사용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사용이 향후 일반 담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하지 않는 또래보다 이후 일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할 가능성이 2배에서 최대 12배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기 전자담배 사용은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우울증과 공황장애,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 문제와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윌리엄 캐럴 영국 킬대 소아과 교수·프랜시스 길크리스트 소아호흡기학과 전문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평에서 전자담배의 위험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폭넓게 나타난다며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연구자는 지난 8월 어린이·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카이브스 오브 디지즈 인 차일드후드'에 발표했다.
전자담배는 2000년대 일반 담배 흡연자의 금연을 돕는 수단으로 도입됐다. 두 연구자는 2015년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5% 덜 해롭다는 전문가 평가를 내놓았지만 전자담배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립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비흡연자,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니코틴 의존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한 물질로 태아·청소년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은 적은 양을 간헐적으로 사용해도 니코틴 의존 증상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담배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도 청소년기 니코틴 의존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이크 두베니 오하이오주립대 종합암센터 부소장 연구팀은 담배를 한 번이라도 흡입해 본 6학년 학생 370명 중 62%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 이상 흡연했고 53%는 니코틴 의존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40%는 매일 흡연하는 단계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2010년 국제학술지 '소아과'에 발표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환경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파마콜로지&테라퓨틱스'에 2021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에서 납을 비롯한 중금속과 독성 카보닐 화합물·나노입자·합성 칸나비노이드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최근 전자담배에는 흡입 시 자극이 적고 단맛을 내는 니코틴염이 널리 사용된다. 일부 니코틴염 제품은 혈중 니코틴 농도를 더 빠르고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는 어린 나이에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우 기침과 흉부 불편감, 천명, 가래를 동반한 기침 등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잇몸 염증과 구강 궤양, 구강 건조 등 구강·치과 질환과 눈의 가려움·충혈·건조·통증,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도 전자담배 사용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는 정신건강에 대한 악영향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에서는 우울증·공황장애·무쾌감증·자살사고가 더 흔하게 보고됐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거나 시도한 경험을 보고할 가능성이 거의 2배 높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전자담배 사용과 정신건강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자담배가 이러한 문제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캐럴 교수와 길크리스트 전문의가 가장 우려한 결과는 일반 담배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전에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가운데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이후 일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할 가능성이 연구에 따라 약 2~1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연구자는 성인 흡연자에게 전자담배가 금연을 돕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안전한 담배 대체재'로 단순하게 홍보한 결과 비흡연 청소년에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캐럴 교수와 길크리스트 전문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건강 영향의 범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넓다"며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136/archdischild-2025-330125
gov.uk/government/publications/e-cigarettes-an-evidence-update
doi.org/10.1542/peds.2009-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