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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없이 소리만으로 비행하는 초소형 로봇

요약
  •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 연구팀이 모터 없이 특정 주파수의 소리만으로 이동 방향을 조종하고 비행할 수 있는 초소형 '음향 공명기' 기술을 개발했다.
  • 이 기술을 적용해 제작된 소형 보트와 동전보다 작은 마이크로드론은 외부 소리를 추진력으로 바꿔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음향 로봇. 동전보다 작은 크기로 무게는 150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하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음향 로봇. 동전보다 작은 크기로 무게는 150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하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소리만을 이용해 움직이는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로봇 내부에 무거운 모터나 엔진을 넣지 않아도 특정 주파수 소리만으로 이동 방향을 조종하고 비행할 수 있다. 구조를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더 작은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셀만 사카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 교수팀은 소리를 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바꾸는 초소형 ‘음향 공명기’를 개발해 소리만으로 움직이는 소형 보트와 공중을 비행하는 마이크로드론을 제작하고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8월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활용한 핵심 기술은 물리적 '공명' 현상이다. 병 입구에 바람을 불었을 때 내부 공기가 진동하며 특정 음높이의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로봇 내부에 작은 병처럼 속이 빈 공간인 '음향 공동'을 만들었다. 외부에서 특정 주파수와 일치하는 소리를 보내면 내부 공기의 진동이 크게 증폭되는 '헬름홀츠 공명' 현상을 이용했다.

공동 안에서 진동하는 공기는 좁은 입구를 통해 빠르게 앞뒤로 움직인다. 공기가 공동 밖으로 나갈 때는 공기가 좁고 강한 제트 형태로 분출된다. 다시 들어올 때는 주변에서 넓게 퍼져 유입된다. 나갈 때와 들어올 때 흐름이 달라 힘이 상쇄되지 않으면서 한쪽 방향으로 추진력이 생성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강한 음파로 물체 자체를 밀어 움직이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로봇에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구조를 만들고 공명 현상을 이용해 소리를 실제 추진력으로 바꾼다. 소리가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시에 로봇의 어느 부분을 움직일지 결정하는 '명령'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연구팀이 제작한 소형 보트. 오른쪽 사진에서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보트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연구팀이 제작한 소형 보트. 오른쪽 사진에서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보트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연구팀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소리에 반응해 움직이는 소형 보트를 제작했다. 보트에는 세개의 공동 음향을 배치했다. 각 공동은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하고 작동 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추진력이 형성되도록 설계됐다. 서로 다른 음높이에 반응하는 엔진 세개를 장착한 셈이다.

외부에서 보내는 소리의 주파수를 바꾸면 원하는 공동만 선택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소리만으로 보트를 앞으로 움직이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소리만으로 보트를 원격으로 조종해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자율주행도 구현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마이크로드론. 음향 공동과 초소형 날개를 결합한 마이크로드론은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했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연구팀이 제작한 마이크로드론. 음향 공동과 초소형 날개를 결합한 마이크로드론은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했다. EPFL MICROBS 연구실 제공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적용한 동전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체인 '마이크로드론'을 개발했다. 비행체의 무게는 150마이크로그램(μg·100만분의 1 그램)에 불과하다.

보트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의 소리를 이용한다면 마이크로드론은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를 이용한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3차원(3D) 나노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비행체 구조 안에 여러 개의 미세한 음향 공동을 제작했다.

외부에서 초음파를 가하면 공동 내부에서 공명이 일어나며 아래쪽으로 공기가 분출된다. 반작용으로 위쪽 추진력이 발생하고 비행체가 공중으로 뜨게 된다.

또 다른 형태의 마이크로드론에는 음향 공동과 초소형 날개를 결합했다. 음향 공동에서 발생한 힘으로 비행체가 분당 최대 약 1만3000회 회전하면서 날개가 헬리콥터처럼 위로 밀어올리는 힘인 '양력'을 형성한다. 실험 결과 마이크로드론은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했다.

초소형 로봇은 크기가 작아질수록 모터·배터리·복잡한 전자부품을 탑재하기 어렵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로봇 내부에 일반적인 모터나 기어, 자성 구동장치를 넣지 않아도 된다. 속이 빈 작은 구조인 공동 자체가 외부의 소리를 받아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구동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봇 구조를 더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고 크기를 더욱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3D 프린팅 소재뿐 아니라 고무처럼 유연한 소재와 유리 등 다양한 재료로 음향 구동 구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황준선 EPFL 연구원은 "더욱 작은 크기의 구조물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기존 로봇공학과 항공 시스템의 크기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초소형 기계를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향후 여러 음향 공명 구조를 하나의 유연한 구조물 안에 넣는 방식으로 기술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각각의 미세 구조가 서로 다른 주파수에 반응하도록 설계하면 외부에서 보내는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원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움직이거나 구부리고 진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카르 교수는 "단순하게 보이는 물질과 물리적 현상을 정교하게 설계해 스마트한 기계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126/sciadv.aef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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