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약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급격히 불어난 AI 인프라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다만 칩을 완전히 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을 넘긴 뒤 다시 임차해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투자자들과 접촉해 미국 데이터센터에 배치된 약 8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 칩을 특수목적기구(SPV)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상은 네바다와 버지니아 등 미국 5개 주 12곳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수천 개의 AI 칩이다.
구조는 일종의 ‘매각 후 재임차’다. 아마존이 확보한 칩을 SPV로 넘기면 이 기구가 채권을 발행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아마존은 칩을 다시 빌려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계속 사용한다. 고가의 AI 칩을 직접 장부에 안고 가는 부담은 덜면서 필요한 연산 능력은 그대로 확보하는 셈이다.
아마존이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까지 꺼내든 배경에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AI 투자비가 있다. 아마존의 올해 자본적지출(CapEx) 예상 규모는 약 2200억 달러로 기존 전망치(2000억 달러)보다 10% 가량 늘어났다.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설비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투자를 대폭 늘려도 AI 컴퓨팅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AI 업계 전반에서도 반도체를 일종의 금융자산처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값비싼 GPU와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거나 외부 투자자가 자산을 사고 빅테크가 이를 장기 임차하는 식이다. 엔비디아 역시 월가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대규모 AI 인프라 전용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칩 기반의 자금 조달 시장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이 추진 중인 거래가 성사되면 필요한 AI 칩은 계속 사용하면서도 약 8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부담을 외부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AI 주도권 경쟁을 위해 투자는 멈출 수 없지만, 그 비용을 온전히 장부에 떠안기는 부담스러운 빅테크의 고민이 새로운 금융 기법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