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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추진 강남 신사옥 부지, 향후 20년간 지운(地運) 왕성한 터

요약
  • 고려 왕들의 순주와 현공풍수 이론에 따르면 땅의 기운인 지운은 20년마다 주기를 갖고 변화합니다.
  • HBM 등 반도체 사업의 급성장으로 독립적 서울 거점이 필요해진 SK하이닉스가 강남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는 터는 새로운 9운의 지운에 부합하는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안영배의 웰빙 풍수] 고려 왕건, 후대 왕에 “한 지역에만 머물지 마라”… 땅 기운 20년 단위로 변해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뉴스1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뉴스1
“나는 우리나라 산천의 은밀한 도움을 받아 통일 대업을 이룩했다. 서경(西京)은 수덕(水德)이 순조로워 우리나라 지맥의 근본을 이루고 있어 길이 대업을 누릴 만한 곳이니, 사중(四仲)마다 순주(巡駐)하여 100일 이상 머물러 나라의 안녕을 이루도록 하라.”

고려 태조 왕건이 통치 유훈으로 남긴 ‘훈요10조’ 중 제5조 내용이다. 후세 왕들이 수도 개경(개성)에만 머물지 말고 일정 기간 서경(평양)에 머물면서 지기(地氣)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이 글에서 사중은 12지 중 자(子)년, 오(午)년, 묘(卯)년, 유(酉)년을 의미한다. 즉 4년에 한 번은 100일 이상 서경에 머물라고 당부한 것이다.

고려 왕들의 순주(巡駐)에 담긴 뜻고려 15대 왕 숙종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고려 땅에는 3곳의 서울이 있다. 11~2월에는 중경(개성), 3~6월에는 남경(한양), 7~10월에는 서경(평양)에서 지내면 36개국이 와서 조공할 것”이라는 도참(예언)을 받아들여 한양에 새로운 수도 남경을 건설했다.

고려 인종(16대), 의종(17대), 명종(18대) 등도 개성 안팎의 지기 좋은 터에 여러 궁궐을 짓고 옮겨 다니며 머물렀다. 이처럼 왕이 본디 궁궐을 벗어나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정 기간 머무는 것을 ‘순주’라고 한다. 이는 땅의 기운을 받아 왕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순주는 풍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무리 빼어난 명당터라도 발복(發福)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명당 발복을 받았다는 명문세족이나 부호가문이 영원히 계속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땅 기운, 즉 지기는 주기성을 갖고 있다. 시간의 규칙적 흐름에 따라 지기가 발현해 흥성하는 때가 있고, 반대로 쇠퇴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땅의 운, 즉 지운(地運)이라고 한다. 현대까지 이어진 여러 풍수학 유파 가운데 지운을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학파는 현공풍수다. 이 유파 이론에 의하면 지운은 20년마다 방위를 바꿔가며 이동해 모두 9차례에 걸쳐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의 주기는 180년(20년×9)이다. 이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8운의 지운이 발동했고, 지금은 9운의 지운(2024~2043)이 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지운의 주기성을 잘 활용하면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한 지역의 명당 기능이 쇠퇴해질 무렵, 지운이 왕성해지기 시작하는 다른 터에 사업장을 마련하면 기업의 안정적이고 확장적인 경영이 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서울 강남 부동산업계에서는 SK그룹이 옛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20)에 SK하이닉스 신사옥 건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SK하이닉스 ‘강남 시대’ 열까당초 SK그룹은 본사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 SK하이닉스 서울 사무실과 영업 조직 등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이천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주요 사업 조직을 서린빌딩에 배치해 그룹 내 다른 회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발전 흐름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SK하이닉스만의 독립적인 서울 거점이 필요해졌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사실 SK하이닉스는 처음부터 잘나가는 기업은 아니었다. 전신인 현대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종합 전자기업을 지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을 바꾸고도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12년 SK텔레콤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SK그룹에 소속됐다. 지분 인수 작업 당시인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는 3, 4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내고 있었다. 반도체 업황도 좋지 않던 터라 시장에서는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승자의 저주’라며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 7월 미국 뉴욕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됐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5년 전 품었던 꿈이 현실이 됐다”고 감격했다.

이를 풍수적으로 해석하면 서울 청계천변 SK그룹 본사(서린빌딩) 건물과 SK텔레콤 본사(SK T-타워) 터의 지기 도움을 받아 SK하이닉스가 성장세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지운으로는 8운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다 2024년부터 시작된 지운 변화를 계기로 SK하이닉스 본사 이전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옛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옥이 모여 있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와 약 1㎞ 떨어져 있다. 삼성타운보다 높은 지형에 위치한 이 호텔 부지는 새롭게 변화하는 9운의 지운에 최적화된 곳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곳에 SK하이닉스 사옥이 들어선다면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와 더불어 반도체 경쟁력에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대기업의 신사옥 이전이 부쩍 많아졌다. 오랜 기간 머물렀던 낡은 사무실을 벗어나 새롭게 단장한 둥지로 거점을 옮기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조직을 정비하고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첨단 오피스를 앞세워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글로벌 고객을 상대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때 지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서울 중구 삼양라운드스퀘어 빌딩. 삼양식품 제공 서울 중구 삼양라운드스퀘어 빌딩. 삼양식품 제공
본사 이전하고 더 잘나가는 삼양식품사옥 이전으로 지운 변화를 효과적으로 누리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삼양식품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삼양식품은 1975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본사를 마련했고, 1989년 이른바 ‘우지 파동’으로 창사 이래 최대 고비를 맞았다. 라면 제조에 비식용 우지(소기름)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8년간 법적 공방을 벌인 것이다. 1997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 후였다. 게다가 외환위기까지 겹치자 삼양식품은 2002년 수송동 사옥을 매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7운(1984~2003) 시기에 벌어진 것이다. 삼양식품은 이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다시 한 번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곳에서 2017년 ‘불닭볶음면’ 등 히트 상품이 연이어 탄생했다. 하월곡동 사옥은 명당 기운을 갖고 있으며 8운 지운에 맞는 터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다 올해 초 서울 중구 명동 신사옥(삼양라운드 스퀘어 빌딩)으로 본사 사무실을 옮겼다. 묘하게도 하월곡동 사옥의 지운이 쇠퇴하는 것과 맞물려 9운 지운이 형성되는 곳으로 사옥을 이전한 것이다. 명동은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역사적 장소라고 한다. 터의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는 모양이다.

이외에도 유진그룹, 쿠팡, 넷마블 등 국내 여러 굵직한 기업이 사옥을 이전했거나 옮길 예정인데 그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이처럼 기업의 사옥 이전을 통해 기업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도 풍수의 별미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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