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차원서 서방 국가에 확전 나섰을 가능성"
영국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 공군기지에 주기된 B-1B 랜서 군용기. 2026.04.08. ⓒ 로이터=뉴스1 (참고사진)(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미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은 공격 모의와 관련한 새로운 위협 정보를 입수한 뒤 주말 사이 영국 남부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던 B-1 폭격기 12대 전부를 긴급 철수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철수는 매우 이례적이다. 전투 지역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평시 국가의 동맹국 공군기지에서 전력을 이처럼 신속하게 철수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군은 영국 공군(RAF) 페어퍼드 기지에서 폭격기 12대를 서둘러 빼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폭격기와 승무원은 미국으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공중급유기가 긴급 출격을 준비하는 동안 이미 기지를 떠났다.
미국 관리 2명은 이날까지 최소 3대의 폭격기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본토 기지에 착륙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 유럽사령부도 폭격기 전량이 영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 공군 폭격기는 전 세계적인 전력 대비 태세와 작전상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 2명은 폭격기의 신속한 철수를 촉발한 새로운 정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철수한 폭격기 중 일부는 통상적인 전력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불과 지난주 페어퍼드 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리는 새로운 위협 정보가 3주 전 처음 드러난 동일한 위협 경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4시간 사이 구체적인 정보와 위협의 긴박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지휘부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부연했다.
이번 폭격기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영국 경찰이 지난달 27일 오전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흰색 밴을 타고 이동하던 남성 5명을 테러 및 폭발물 관련 혐의로 체포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페어퍼드 기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서 미군 전략 폭격기를 운용하는 주요 거점이다.
이어 1일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영국·이란 이중국적 남성이 테러 행위 준비 혐의로 추가 체포됐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주 영국 정부가 이란이 사건 계획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도 이번 공격 모의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또는 이란의 별도 군사 지휘부와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란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IRGC는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영국이 미국에 자국 내 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의 행동에 대해 "런던에 책임을 묻게 만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지는 우리 군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9월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으로부터 페어퍼드 기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의 잠재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구체적인 공격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영국에 이란이 배후에 있는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기밀 평가 보고서에는 후속 공격에 드론이 동원될 가능성도 명시됐다.
이스라엘은 또 독일에 독일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며 슈팡달렘과 람슈타인 기지를 지목한 바 있다.
NYT는 이란의 지원을 받은 영국 내 공격 모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대이란 전쟁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이 서방 국가를 상대로 확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