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아동복 핼러윈 의상. SNS 갈무리핼러윈을 앞두고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내놓은 어린이용 의상이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푸른색과 회색 계열의 세로 줄무늬에 일부러 낡고 해진 듯한 효과를 넣은 의상이 나치 시대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이 입었던 복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자라는 결국 해당 제품을 온라인과 매장에서 판매 중단했다.
논란이 된 제품은 ‘키즈 핼러윈 그룸 코스튬’, 우리말로 하면 ‘어린이 핼러윈 신랑 의상’이다. 재킷과 반바지로 구성된 상하의 세트로, 영국 자라 온라인몰에서는 39.99파운드에 판매됐다. 스페인에서는 약 39유로에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라가 내놓은 상품 설명은 비교적 평범했다. ‘세로 줄무늬 디자인, 장식용 스티치, 옷깃 꽃 장식과 낡은 효과가 들어간 어린이용 의상’이라고 소개했다. 소재는 면 50%와 폴리에스터 50%였다. 실제 제품에는 푸른색과 회색 계열의 세로 줄무늬가 들어가 있고 옷 가장자리와 소매 등에는 마모된 듯한 디테일이 적용됐다.
문제가 된 것은 이 디자인의 조합이었다. 소비자들은 세로줄 무늬와 낡아 보이는 옷의 형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이 입었던 죄수복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옷에 들어간 패턴이 수용소를 둘러싼 철조망처럼 보인다며 “소름돋는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소매의 패치 역시 수용자에게 부여된 번호나 식별 표식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오스트리아방송(ORF)은 해당 의상에 있는 장식과 소매 패치가 각각 철조망과 수용자 번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이스라엘 언론인 도브 길하르가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의상을 공유하면서 나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게시물을 비롯한 관련 내용이 확산하면서 제품 디자인을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모든 소비자가 같은 해석을 한 것은 아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의상이 나치 수용소 복장보다는 영화 ‘비틀쥬스’의 주인공이 입었던 유명한 줄무늬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푸른색과 회색 줄무늬, 신랑 콘셉트라는 제품의 이름만 놓고 보면 특정 캐릭터나 기괴한 결혼식 콘셉트를 겨냥한 핼러윈 의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역사적 이미지가 연상될 수 있다는 비판은 거셌다.
특히 홀로코스트 관련 단체 관계자는 디자인의 의도가 악의적이었다고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연상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보·문서센터(CIDI)의 나오미 메스트룸 소장은 “이번 의상이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라가 악의적인 의도로 디자인했다고 보지는 않았으며, 해당 의상을 판매 중단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는 역사적 경험을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연상을 상대적으로 늦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라는 논란이 확산한 뒤 제품을 판매 목록에서 뺐다. 유럽 매체에 따르면 자라 측은 “이번 핼러윈 어린이 신랑 의상이 불러왔을 수 있는 모든 오해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제품은 매장과 온라인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왜 제품 출시 전 내부 검토 과정에서 이런 논란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이 자라의 첫 번째 ‘나치 연상’ 디자인 논란도 아니다. 자라는 2014년에도 줄무늬 아동용 상의를 판매했다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제품은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상의에 가슴 부분에 노란색 별 모양 장식이 달려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 별이 나치가 유대인을 식별하고 차별하기 위해 착용을 강요했던 ‘유대인별(Judenstern)’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자라는 당시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사과했다. 회사 측은 해당 디자인이 나치 상징이 아니라 고전 서부영화 속 보안관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앞선 2007년에도 자라의 제품이 나치 상징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판매된 가방에 들어간 문양이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십자가)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자 자라는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회사는 외부 공급업체가 제작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