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달팽이관·청신경 기능 저하
대화 기피·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나이가 들면서 TV 볼륨을 예전보다 자꾸 높이게 되거나 가족과 대화할 때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겨선 안 된다.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의 신호일 수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은 고령층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난청으로, 나이가 들면서 소리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내이의 달팽이관과 청신경 등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소리를 듣는 능력뿐 아니라 말소리를 구분하는 능력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인성 난청은 본인보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양쪽 귀에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만큼 환자 스스로 변화를 인식하기 쉽지 않아서다. 가족들이 청력 저하를 알아채더라도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로 여기면서 진단과 청각재활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챗GPT 생성 이미지노인성 난청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는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리의 크기를 감지하는 능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구분하는 능력도 함께 저하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상대방의 말을 자주 되묻거나 TV 볼륨을 높이는 정도로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거나 주변이 시끄러운 식당·카페 등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가 더 어려워진다.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하게 되고 사회적 활동도 줄어들 수 있다. 청각 자극이 장기간 줄어들면 인지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 귀 갑자기 안 들린다면 서둘러 병원 가야
난청이 의심되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귀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순음청력검사와 어음청력검사 등을 통해 청력 저하 정도와 유형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청성뇌간반응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한쪽 귀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거나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명이나 어지럼증, 귀가 꽉 찬 듯한 이충만감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인성 난청으로 여기고 기다려선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난청이 발견되면 환자의 사회적 환경과 정도에 따라 정기적인 경과 관찰만 시행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보청기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청력 손실의 정도가 심하거나 보청기로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인공와우 등 다른 청각재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은 완치보다는 적절한 청각재활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평소 이어폰을 사용할 때 지나치게 큰 소리를 피하고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귀마개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습관도 청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치규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러운 노화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청력 저하를 오래 두면 뇌의 청각 자극이 줄어들어 인지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대화 중 되묻는 일이 잦아지거나 소리에 둔감해졌다고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청력검사를 받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 등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