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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살인에 들끓는 오키나와…日외무상, 美대사 초치

요약
  •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역 미 해병대원이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되면서 일본 정부와 현지 주민들이 미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 반복되는 미군 범죄로 인해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미일 지위협정 개정 요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여성 살해 혐의 해병대원 체포
60년 넘은 지위협정도 도마
일본인들이 오키나와현 남부 오키나와섬 기노완시에 있는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인들이 오키나와현 남부 오키나와섬 기노완시에 있는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역 미 해병대원이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되면서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이 미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미군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과 미일 지위협정 개정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4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오키나와현 경찰은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여성(39)을 살해하고 지갑과 배낭을 빼앗은 혐의로 미군 후텐마기지 소속 해병대 상병 데빈 밸러드(20)를 체포했다. 피해 여성의 사인은 목이 졸린 데 따른 질식사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과 함께 호텔에 들어간 남성이 방범카메라에 찍힌 것을 확인하고 행방을 추적했다. 이후 오키나와시 유흥가를 혼자 걷고 있던 밸러드 용의자를 사복 경찰관이 발견해 불심검문했고, 양팔의 문신 등 신체적 특징이 영상과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밸러드 용의자는 “나는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글래스 대사는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일본 당국의 수사에 전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자신의 X에 이번 사건을 “극히 잔혹하고 흉악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군 관계자의 기강 확립과 사건·사고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하도록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고자 겐타 오키나와현 지사도 “기지와 맞닿아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민에게 큰 충격과 새로운 불안을 안겼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글래스 대사에게 직접 항의하고 수사 협조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오키나와와 도쿄에서는 항의 집회도 열렸다. 나하시 오키나와현청 앞에는 약 160명이 모였고,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도 100명 넘는 시민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올해는 2016년 오키나와 우루마시에서 한 여성이 미군 군무원에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오키나와에서는 최근 미군 관계자의 강도와 성폭력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현 경찰에 따르면 미군 관계자의 흉악범죄 검거 건수는 2024년 8건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고 2025년에도 6건을 기록했다. 폭력범죄 등을 포함한 전체 형법범 검거 건수는 지난해 101건으로 22년 만에 100건을 넘어섰다.

미군은 2024년부터 오전 1~5시 주류 판매시설 출입을 금지하고, 지난해 4월부터 오키나와시와 나하시 등에서 미군 헌병대와 현 경찰의 합동 순찰을 시작했다. 올해 8월까지 흉악범죄 검거 건수는 1건으로 줄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논란은 미일 지위협정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행 협정은 미군 관계자가 공무 외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일본 측에 1차 재판권을 인정하지만, 용의자의 신병을 미국 측이 확보하고 있으면 원칙적으로 일본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미국 측이 신병을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용의자가 기지 밖에 있을 때 오키나와현 경찰이 먼저 신병을 확보해 현재도 일본 측이 구금하고 있다. 경찰은 미군 수사기관과 협력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과거에는 신병 인도 문제가 반복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1995년 미군 병사 3명이 오키나와의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 당시 일본이 기소 전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하면서 현지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후 양국은 살인·강간 등 중대범죄에 대해 일본의 신병 인도 요청을 미국이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 합의했다.

실제로 1996~2008년 일본이 기소 전 신병 인도를 요청한 6건 가운데 5건에서 미국 측이 응했지만, 인도 여부에 대한 최종 재량은 여전히 미국 측에 있다. 오키나와현은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일본 수사기관이 충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신병 인도 의무 등을 지위협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1960년 체결 이후 협정 본문 자체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군 범죄와 지위협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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