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ICE 배치·AI 가짜영상 유포’ 등 시나리오
상황별 모의 훈련부터 법적 대응까지 준비 마쳐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술 기업 대표들과의 오찬을 마친 뒤 백악관 진입로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미국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비책을 세우고 나섰다.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소속 상원의원들과 법률 전문가, 전직 당국자들과 복수의 구체적인 가상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시나리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요원과 주방위군을 투표소에 배치하거나, 외국 적대세력의 투표 시스템 해킹 발표 후 연방 당국이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사태가 포함됐다. 선거 사기를 주장하는 인공지능(AI) 허위 영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촉발해, 유권자 명부에서 적격 유권자를 삭제하는 시나리오도 담겼다.
슈머 대표는 “이러한 회의들은 단순히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위협을 저지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와 측근들이 할 수 있는 많은 변수와, 준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우리의 허점을 상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 [EPA]민주당 하원에서는 조 모렐(뉴욕)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대비가 이뤄졌다. 모렐 의원은 선거 당일과 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150가지’ 잠재적 위협을 정리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투표소에 출현하거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투표장소가 변경됐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가상 시나리오다.
민주당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선거보호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알렉스 파딜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의회 감시관을 투표소에 배치하는 초당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주요 당국자의 대역이 등장하는 상황별 선거 방해 모의훈련까지 진행했다.
민주당 측 변호사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법정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서면 자료를 초안까지 작성해 놨다. 민주당을 대리하는 미국 최대 로펌인 ‘엘리아스 로 그룹’은 41개 주에서 85건의 선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로펌 파트너인 애리아 브랜치는 “위협이 발생하거나 처리해야 할 잠재적 소송이 생기면 우리는 모두 즉시 해당 주(州)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며 “사실상 긴급 출동 가방을 챙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비당파 단체들도 선거 과정을 감시할 자원봉사자들을 훈련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중간선거에 앞서 2500만달러를 투입해 1만명의 자원봉사자를 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내란법(Insurrection Act)을 통한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1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거리에서 광범위한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배제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거나 확정하지 않는다. 두고 보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내란법’을 의미하는 질문인지를 되물은 뒤 “나는 그것(내란법)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나는 그걸 사용할 수도 있다”며 “많은 사람이 내가 그걸 가끔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