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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정제시설 줄인 美·日·유럽…中 ‘에너지 방파제’에 흔들 [글로벌WHAT]

요약
  •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탈석유 정책으로 정제 시설을 축소해 온 반면, 중국은 정제 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중동 및 러시아발 전쟁과 수출 제한 조치로 석유제품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선진국들의 취약해진 정제 능력이 에너지 안보의 위협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 탈석유 추진하던 선진국 ‘궁지’
디젤공급난 원인은 정제설비 부족
이란전 이어 러 금수조치까지 겹쳐
친환경 전환 선진국 잇단 시설 폐쇄
정제능력도 연평균 0.2% 역성장
중국은 2.3% 증가…차이 더 벌어져
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한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이 급등한 연료비에 반발해 트럭을 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한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이 급등한 연료비에 반발해 트럭을 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과 이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전쟁이 원유에 이어 휘발유와 경유(디젤),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 공급난을 불러오면서 각국의 정제 능력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일본·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탈석유 정책에 속도를 내며 차츰 정제 시설을 축소해왔지만 중국은 반대로 늘려오면서 이번 전쟁 국면에서 방파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영국 에너지 연구기관인 ‘에너지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세계 정제 능력은 연평균 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소비량이 1% 증가한 것에 비해 정제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한 해만 놓고 보면 석유제품 소비는 1.3% 늘어난 데 반해 정제 능력은 0.3% 감소했다.

정제 능력 축소는 특히 서구권 선진국에서 두드러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정제 능력은 2015~2025년 연평균 0.2% 역성장했다. 유럽 27개 국가가 속한 유럽연합(EU·-0.7%)을 비롯해 호주(-6.9%), 일본(-1.8%), 미국(-0.1%)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취약해진 정제 능력은 올해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 문제로 나타났다. 경유와 항공유 가격이 급격히 뛰고 올 6월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30일분 미만으로 낮아진 것이다. 뒤이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정유 설비에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10월까지 석유제품 수출제한에 들어가면서 ‘병목’은 경유로 옮겨갔다. 중동과 러시아산 경유 공백으로 세계 최대 경유 수출국인 미국산 경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미국의 경유 재고(올 9월 기준)가 1982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그러자 ‘경유 수출을 막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엄포에 2일(현지 시간) EU를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부랴부랴 경유와 원유 1억 배럴을 공동 방출하기로 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4일 CBS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의 경유 방출에 따라 미국 내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의 연평균 정제 능력은 같은 기간(2015~2025년) 2.3% 증가했다. 이는 전통적 산유국이 아닌 중국이 미국·이란 전쟁 기간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지렛대가 됐다.

중국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직후인 올 3월 석유제품 수출제한 조치를 긴급하게 내렸고 이후 수출량을 서서히 푸는 식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수입 원유 가운데 40% 이상이 중동산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미국·이란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이유다. 그리고 이달부터 다시 석유제품 수출금지령을 내리면서 호주와 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 등 중국산 수입국들은 벌써 공급 차질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탈석유 흐름은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가 사상 최고치인 3조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비중은 35%인 1조 2000억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진행하더라도 정제 능력만큼은 안전장치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니얼 에번스 S&P글로벌에너지 연료·정유 리서치 총괄은 “정제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소비자를 높은 연료비로부터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와 열린 무역 흐름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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