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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美에 원전 지으려면 로열티 더”… 대미 투자협상 난관 가중[Pick코노미]

요약
  • 미국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기존 협약보다 더 많은 기술사용료와 추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 발표와 맞물려 대미 투자 협상 전반에 난항이 우려된다.
미국에 APR1400 2기 진출 확정되자
WEC “기술료 1.75억 달러에서 인상”
알래스카 LNG 사업 韓美 이견도 지속
“美서도 韓 APR1400이 더 낫다고 인식”
안방서 경쟁자 생기자 “로열티 인상” 억지
미국 펜실베니아 주 크랜베리에 있는 웨스팅하우스 본사 입구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니아 주 크랜베리에 있는 웨스팅하우스 본사 입구 전경. AP연합뉴스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 지어질 한국형 원자로 APR1400 2기에 기존 협약보다 더 많은 로열티(기술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전체 투자 금액을 5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웨스팅하우스까지 기존 협약의 예외를 요구하면서 대미 투자 협상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측에 원전 1기당 적용되는 기술사용료를 지난해 비공개 타결 협정(SA)에서 약속한 1억 7500만 달러(약 2360억 원)에서 인상하기를 원한다. 당초 한국이 발을 들이지 않기로 했던 미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허용해준 만큼 더 큰 대가를 지불하라는 논리다. 기술사용료뿐 아니라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기로 했던 역무 6억 5000만 달러와 핵연료 50% 공급권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 상황이어서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팀 코리아’의 몫이 더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도 사실상 미국 중간선거의 ‘지렛대’로 활용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부터 검증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투자 액수 등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알래스카 투자에 서명하지 않으면 관세를 두 배로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美 “이대로면 한국에 원전 시장 내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앤드류스 미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1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앤드류스 미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1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웨스팅하우스가 이미 불공정한 합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SA 내용보다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APR1400에 대한 견제가 숨어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미 투자 사업이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도 APR1400이 낫다는 인식이 있다”며 “앞으로 미국 내 개발업자들이 우리 원전을 선호하게 되면 SA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웨스팅하우스의 우려”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에서도 공기에 맞춰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신화를 쓰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 값싸고 효율적인 APR-1400에 밀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 지어질 APR1400에 적용되는 기술사용료를 기존 1억 7500만 달러(2360억 원)보다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SA에도 합의 타결 시점인 2025년을 기준으로 이후 물가 상승분을 연동하기로 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사용료와 함께 보장하기로 한 6억 5000만 달러(8740억 원)의 역무와 핵연료 공급권 역시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역무에 적용될 수 있는 일감 목록에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자력 제어계측시스템(MMIS), 핵증기 공급 계통(NSS) 등 핵심 기자재와 시스템이 대거 포함돼있다. 웨스팅하우스의 몫이 늘어날수록 팀 코리아가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쪼그라드는 구조다. 핵연료 공급권 역시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웨스팅하우스에 100% 제공하고 나머지 계약에서는 50%까지만 보장하기로 했지만 웨스팅하우스의 미국 내 핵연료 공급망이 탄탄한 만큼 더 높은 수준까지 약속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UAE 수출 때도 최종 협상에 1년 넘게 걸려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치한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치한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대형 원전 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선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한국 기업의 참여도를 극대화해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웨스팅하우스는 정반대의 요구를 하고 있어서다. 양국은 연내 추가 협상을 마무리짓고 100억 달러어치의 기자재 선주문용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지만 실제 협상은 올해를 넘겨서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성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APR1400을 짓도록 허락해준다 해서 뭐든 다 내주는 식으로 하면 남는게 없지 않겠느냐”며 “산업부가 팀코리아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기는 방향으로 협상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때도 부지와 건설 계획이 다 정해졌음에도 1년 넘는 물밑 협상을 벌인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원전 8기를 짓는 협상이 몇 개월만에 마무리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서 양국은 대형 원전 사업 부지 및 건설 일정 등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검토를 진행하며 기업간 SA 협정도 추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49%를 보유한 캐나다 카메코는 발표문을 통해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역무, 핵연료 공급권을 합해 APR1400 1기당 약 20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이 조건들은 현재 구속력이 없으며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도 지난달 22일 국회에 대미 투자 추진 결과를 보고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미국 시장에 들어갈 수 없던 한국형 원자로가 지어지는 만큼 그에 맞는 대가도 함께 협의 중”이라며 “기술 관련, 엔지니어링·서비스 관련, 핵연료 관련 부분 등 세 가지 축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 협상도 시작부터 동상이몽
미국 알래스카주의 송유관인 ‘트랜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1펌프 인근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의 송유관인 ‘트랜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1펌프 인근의 모습. AP연합뉴스대형 원전에 이은 세번째 대미 투자 프로젝트인 알래스카 LNG 사업 역시 추가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검토키로 합의한 사업을 마치 결정된 것처럼 홍보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자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이 500억 달러 조금 넘는 금액을 투자할 것이며 이를 통해 알래스카에 1만 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미국 의회조사국(CRS) 공식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 의회가 승인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관련 연방 대출보증 한도는 20억 달러에 그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상업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은 한국의 반발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 아니다”며 “한국이 하고 싶지 않으면 괜찮다. 그냥 비용을 더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서명을 하지 않는다고 했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물은 뒤 “곧 서명하지 않으면 금액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전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무엇을 두 배로 올리는 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미 투자가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합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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