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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된 용인시 남사읍 일대 2023년 3월 15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
|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님, 지난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전력 수급 문제와 관련해 밝히신 말씀은 참으로 명쾌했고 깊이 공감했습니다.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까지 끌고 올라온다. 그거 사실 비상식적인 일이죠. 정책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해당 지역에서 쓰는 게 기업에도 이익이 되게 하는 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씀입니다. 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소비한다는 에너지의 기본 원칙이자, 대통령님께서 여러 번 강조해 오신 '지산지소(地産地消)' 원리에 정확히 부합하는 발언입니다. 대통령님의 이 말씀 한 마디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결정된 이후 수년간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했습니다.
대통령님의 이러한 국정 철학대로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라는 거대한 허상을 멈춰 세우고,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 조성으로 정책 방향을 대전환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입니다.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는, 반도체 산단 계획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의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은 반도체 산업 현장의 실상을 철저히 외면한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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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보고받은 뒤 박수치고 있다. |
| ⓒ 대통령실 제공 |
첫째, 실제 기업의 수요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2023년 3월, 전임 정부는 용인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파운드리 팹 5개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한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8%를 넘었던 삼성전자는 올해 5%대까지 하락하여 대규모 파운드리 전용 팹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애초에 파운드리로 예정되었던 생산라인마저 메모리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관련기사 : '대박'이라던 삼성 파운드리의 민낯과 정부의 오판 https://omn.kr/2jt5g).
설령 파운드리 수요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팹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으며, 현재 삼성전자에 절실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팹'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산단을 조성해 봤자, 결국 삼성전자는 그 자리에 메모리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발표 당시 3%에 불과했던 국내 기업들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산업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사라집니다. 국가가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간판을 내걸곤, 실제로는 다른 사업을 벌이는 꼴입니다.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며 사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둘째, 수도권 입지는 RE100 달성이 불가능한 데다 인프라 갈등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습니다.
애플,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협력업체에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없이 생산된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로 자체가 막히는 시대가 곧 도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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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은 2020년 '애플 2030'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공급망 및 제품의 100% 탄소 중립화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역시 공급사에 탄소 중립화 달성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
| ⓒ 애플 보도자료 |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용인 산단의 전력 대책은 화석연료인 LNG 화력발전소를 대거 짓겠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날마다 체감하는 이 시기에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만든 반도체를 글로벌 시장의 어느 고객사가 사주겠습니까? 이는 시작부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적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해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명백히 비상식적입니다. 용인 산단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원전 10기 이상 규모인 10GW를 훌쩍 넘습니다. 이를 공급하기 위해 호남과 동해안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는 전 국토에 제2, 제3의 '밀양 송전탑 사태'를 불러올 비극일 뿐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며 수백 킬로미터의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십 년의 사회적 갈등이 뒤따릅니다.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증발하는 막대한 전력 손실 역시 심각한 국가적 낭비입니다.
지금은 광주 반도체 산단의 속도전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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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반면 해법은 이미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바로 광주 RE100 반도체 산단입니다.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무리하게 전선을 끌고 올 것이 아니라,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전기가 풍부한 곳으로 공장이 내려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호남은 이미 대한민국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핵심 기지이며 전력이 남아돌아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까지 겪고 있습니다(정부는 1일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접속 용량 포화로 출력제어가 자주 일어나는 곳) 지정을 해제했다. - 편집자 말).
전기가 넘쳐나는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송전탑을 세울 이유도, 송전 손실로 에너지를 허공에 날릴 이유도 없습니다. 기업은 생산지에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받아 RE100을 조기에 달성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생존을 지키고 지방 소멸을 막으며,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신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지름길입니다.
그렇기에 어제 대통령님의 발언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이제 이 말씀은 국무위원들과 산하 기관장들에게 명확한 지침으로 전달되어, 용인 국가산단 계획 철회와 이미 발표한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의 속도감 있는 추진으로 이어져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실제 현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지산지소와 상식을 역설하시던 바로 그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국가산단 시행자이자 책임자로서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LH는 이르면 이달 안에 용인 산단 부지 착공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용인 국가산단은 졸속 추진 과정에서 주민 생존권과 환경권을 침해하여, 현재 시민단체가 제기한 '산업단지계획 승인 취소소송'의 항소심(2심)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업이 공사를 기정사실화하며 불도저식 착공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 경시이자 주민 무시입니다.
법적 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수조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추후 패소 시 발생할 천문학적인 매몰비용과 행정 혼란은 고스란히 국가적 피해로 돌아옵니다.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LH의 무리한 착공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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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산업단지계획 승인 취소소송’의 항소심(2심)이 진행 중입니다. |
| ⓒ 경기환경운동연합 |
대통령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본령입니다. 말뿐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에너지 지산지소와 균형발전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국정 기조에 역행하며 무리한 착공을 서두르는 LH의 행태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용인 산단 착공을 즉각 중단시켜 주십시오.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지키고,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을 향한 담대한 대전환을 시작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