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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신경세포 껐다 켰다…‘뇌 지도’ 개척 3인 노벨상

요약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신경세포 활동을 제어하는 '광유전학' 발전을 이끈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등 3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됐다.
  • 수상자들은 녹조류에서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채널로돕신'을 발견하고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뇌 기능을 인과관계로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왼쪽부터)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살아있는 동물의 신경세포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인 ‘광유전학’ 발전을 이끈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등 세 명의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신경세포의 분자 스위치를 발견한 공로’를 수상 이유로 밝히며 이들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페르 스벤닝손 노벨 생리의학위원회 위원장은 “광유전학은 한때 꿈으로만 여겼던 방식으로 뇌를 지도화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다이서로스(55·미국) 교수는 현재 스탠퍼드대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에, 헤게만(72·독일) 교수는 베를린 훔볼트대에, 나겔(73·독일) 교수는 뷔르츠부르크대에 각각 재직 중이다. 수상자들은 지난해(1100만 크로나)보다 100만 크로나 오른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3000만원)를 똑같이 나눠 받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광유전학은 현재 뇌 관련 연구의 토대가 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 신경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뒤, 빛을 쏘아 그 세포의 활동을 켜거나 끄는 기술이다. 이전에는 뇌의 어느 영역이 어떤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신경세포 중 특정 세포만 골라 ‘빛 스위치’를 켜면 그 세포가 실제로 어떤 기억이나 감정, 행동을 일으키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이번 수상의 가장 큰 의미는 뇌 기능을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로 규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며 “광유전학은 신경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헤게만과 나겔 등 독일의 두 교수는 이 빛 스위치를 찾아낸 주인공이다. 두 교수는 물속에 사는 작은 녹조류가 빛을 따라 헤엄친다는 것에서 착안해, 2000년대 초 빛을 받으면 켜지는 단백질 ‘채널로돕신’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을 다른 세포에 옮겨 심어도, 그 세포 역시 빛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이서로스는 한 발 나아가 응용 연구에 집중했다. 다이서로스는 채널로돕신을 생쥐의 신경세포에 심는 실험에 성공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생쥐의 두개골에 낸 작은 구멍으로 가느다란 광섬유를 뇌에 삽입해 신경세포에 빛을 비추고, 이를 통해 생쥐 수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광유전학 기술은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시각을 되살리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는 눈의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를 파괴하는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실명한 사람들의 시력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채널로돕신과 비슷한 단백질을 한 시각장애인의 망막에 넣자 시력을 일부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인공와우는 전기로 청(聽)신경을 자극하는데, 광유전학을 이용한다면 더 정밀하게 청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기존 전기 자극에 비해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라며 “향후 이 기술은 특정 뇌세포와 신경 회로가 뇌 기능과 뇌 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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