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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척’ 후 용광로에 스스로 몸 던져...휴머노이드의 기괴한 ‘은퇴식’

요약
  •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가 영업비밀 유출 방지와 마케팅 효과를 위해 구형 로봇 '피겨02'를 스스로 용광로에 뛰어들어 폐기하는 은퇴식 영상을 공개했다.
  • 영화 '터미네이터2'를 연상시키는 이 기괴한 은퇴식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1만 회를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3줄 요약

  • ㆍ피겨AI, 구형 로봇 피겨02 용광로 은퇴
  • ㆍ영업비밀 유출 방지와 마케팅 효과 노려
  • ㆍ유튜브 조회수 61만회 달성하며 화제

  • 피겨AI가 공개한 '피겨 02' 퇴역 영상. 끓고있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피겨AI 피겨AI가 공개한 '피겨 02' 퇴역 영상. 끓고있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피겨AI
    검은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한 대가 쇠사슬을 붙잡은 채 스스로 시뻘건 쇳물 위로 천천히 내려간다. 불꽃이 로봇의 몸을 삼키기 시작하자 방열복을 입고 이를 지켜보던 남자가 로봇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어 다른 휴머노이드들도 마치 묘기를 부리듯 ‘공중 2회전’ 등을 하며 용광로 안으로 몸을 던진다.

    영화 ‘터미네이터2’의 마지막 장면을 그대로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이 장면은 영화도, 인공지능(AI)이 만든 비현실적인 영상도 아니다. 실제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피겨02 퇴역’ 영상이다. 이 회사는 구형 모델인 ‘피겨02′를 은퇴시키면서 마지막 임무로 용광로에 뛰어들도록 훈련시켰다. 약 3분 40초짜리 영상에 대해 회사 측은 “실제 로봇을 핀란드까지 보내 스스로 용광로에 뛰어들도록 훈련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피겨02는 2024년 8월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부터는 BMW 미국 공장에 투입돼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일했고, 집안일과 물류 작업도 수행했다. 회사에 따르면 BMW 공장에서는 11개월 동안 9만개가 넘는 부품을 옮기며 3만대 이상의 BMW X3 생산에 참여했다. 하지만 피겨AI가 차세대 모델 ‘피겨03(F.03)’ 생산을 확대하면서 전 모델인 피겨02는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굳이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방식으로 피겨02를 은퇴시켰을까. 멀쩡해 보이는 로봇을 녹여버린 첫 번째 이유는 ‘영업 비밀’이다. 피겨02에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액추에이터 등 핵심 하드웨어 기술이 들어 있다. 중고로 판매하거나 일반 폐기업체에 넘기면 경쟁사가 제품을 분해해 기술을 역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로봇을 하나씩 해체하자니 개발 인력이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다. 피겨AI는 “피겨02를 모두 분해하다가는 차세대 피겨04 출시가 늦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핵심 부품을 확실히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통째로 녹이는 것’을 택한 셈이다.

    마케팅 효과도 노렸다. 단순히 구형 로봇을 폐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세대 모델로의 세대교체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피겨AI는 앞서 지난 5월에도 피겨03 로봇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택배를 분류하는 모습을 200시간 동안 연속 생중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초 8시간짜리 내구성 시험으로 시작했지만 로봇들이 계속 작동하자 방송을 9일 가까이 이어갔고, 이 기간 약 25만개의 택배를 처리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공개했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사람들이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볼거리’로 바꾸는 마케팅 전략을 이번에도 활용한 셈이다.

    이 같은 ‘로봇 은퇴식’은 지난 5일간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됐다. 유튜브 조회수는 5일(현지 시각) 기준 61만회에 달했다. 영상을 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멋지다” “최고의 로봇 은퇴식”이라는 반응과 함께 “기괴하다” “불편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나만 이게 소름 끼친다고 생각하나” “미래의 AI 지배자들이 이 장면을 기억할 것” “언젠가는 로봇이 죽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기계일 뿐인 로봇이지만,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이들의 ‘자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사람들에게 묘한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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