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제청 공문, 사유 없어 후속 절차 어렵다”
서영교, 대법원장 이석 허용 안해... 여야 충돌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가 없어 후속 절차가 어렵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연합뉴스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상 대법원장은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뜨고, 법원행정처장이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저는 국정감사 시작과 종료 시에 대법원장이 인사말과 마무리 말씀을 해온 관례에 따라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아울러 저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와 대법관 제청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앞서 법사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관련한 답변을 듣겠다며 조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2일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 돼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원이 온전한 구성원을 갖추도록 해 국민 불편을 줄여야 할 책임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 헌법은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국회와 대법원장, 대통령에게 각각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대법원 구성 권한이 조화롭고 독립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헌법의 취지에 비춰 대법원장이 제청에 관해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건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국감에서 증인으로서 증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후 이어진 증인 선서 차례에서도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뉴시스다만 조 대법원장은 “국민과 국회에 필요한 설명을 드릴 책무가 있고 대법관 제청에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 가지기에 그 경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말을 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신중히 검토하고 후속 절차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으나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대법관 임명을 제청했다”며 “이후 청와대가 재제청하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공문에는 이미 재청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구체적 사유나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없었다”고 했다. 이어 “공문 내용만으로는 그 취지를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후속 절차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각각 헌법적 의미에 맞게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법원 구성이 조속히 온전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밖에 위원님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사항은 대법원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사법행정 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장이 답변드리거나 국정감사 과정에 지적된 사항을 종합해 제가 마무리 말씀으로 답변드리겠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뉴시스조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마치자, 여야 의원들은 대법원장의 이석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대법원장은 수십 년 동안 인사말하고 이석했다가 국감 마무리될 때 다시 나온 게 관례였다”며 “민주당이 지난해 일방적으로 깨뜨렸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깨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대법원장 이석을 할지 말지 논의하기 위해 (국민의힘 간사) 박형수 의원에게 전화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조 대법원장은 일반 증인으로 출석 의결돼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다. 증인 선서도 하고 답변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서두에 인사말대로 선서나 증언을 할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재차 이를 거부했다. 서영교 위원장이 이석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인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며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