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10.6 사진=연합뉴스 속보=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일반증인으로 선서하고 답변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자 “답변할 시간을 주시겠나”라며 준비해 온 A4 용지를 꺼냈다.
조 대법원장은 “모두가 궁금해하시니까 부득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며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104조를 인용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며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여 위헌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대법관 제청을 협의하는 것에 대해 헌법에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헌법의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하여 협력해 온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고, 역대 대통령도 결과적으로 전부 이러한 제청권을 끝내 다 존중해 왔다. 서면 제청도 헌법에서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명 동의 요청서를 제출하는 것도 대법원장은 헌법에서 제청하면 그걸로 끝이 난다”며 국회가 임명 동의 요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건 대법원장의 제청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서 모든 헌법상의 그런 권한임과 동시에 의무가 다 끝났다고 할 수 있다”며 “국회가 헌법에 전혀 없는 것을 따져 물을 수가 없기 때문에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수밖에 없음을 구체적으로 밝힌다”고 덧붙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10.6 사진=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전례와 같이 인사말 후 이석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 주도로 일반증인으로 채택돼 증언을 요구받으면서 2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의 원칙을 들어 선서와 증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범여권 의원들은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했다. 침묵하던 조 대법원장은 손 의원의 말에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의 질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은 손 의원을 향해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향해 “부엉이바위로 긁혔나”라고 소리쳤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김태규 의원 발언이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다”며 김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했다.
이에 국민의힘 박형수·곽규택 의원이 서 위원장에게 다가가 항의했고, 여야 의원 간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 드러난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관련한 서영교 위원장의 질문에는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이 거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국감 인사말에서 “청와대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그 공문에는 이미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있지 않았다”며 “공문의 내용만으로는 그 취지를 알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대법원장 제청권과 국회 동의권, 대통령 동의권을 존중한다”면서도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 취지 및 사법권 독립 훼손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경위를 말씀드리겠다”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후속 절차를 위해 지속해 협의해왔으나,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대법관 임명 제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석 장기화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공석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대법관 공석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을 저 역시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라 대법원의 구성이 조속히 온전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다 물을 마시고 있다. 2026.10.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편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올해 1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최종 제청 후보를 두고 청와대와 사법부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관행을 깨고 청와대와 합의가 안 된 손 후보자를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제청을 요구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청의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달라며 이를 거부해 양측 갈등이 정면충돌로 번졌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일반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해에도 관례와 같이 인사말 뒤 퇴장할 계획이었으나,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해 자리를 뜨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오전 정회 시간 자리를 떴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 종료 전 국감장에 복귀해 마무리 발언에서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