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병역 면제'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국가를 대표해 딴 금메달의 의미를 개인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과거 같은 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던 손흥민(LAFC)과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성숙했던 우승 소감이 재조명되며 제도의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금메달 획득 직후 선수들의 언행에서 촉발됐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메달을 흔들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환호했고,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박승수(뉴캐슬) 역시 SNS에 군 '전역모'를 합성·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선수들의 가벼운 언행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20대 장병들과 청년층의 박탈감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여론은 곧바로 과거 금메달을 획득했던 대선배들의 태도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손흥민은 당시 병역 특례 관련 질문을 받자 "그런 것보다 우승하러 온 대회였고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며 "대한민국 경기에 나서는 것은 영광이며,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3연패를 이끈 이강인 역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편해진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인 만큼 특별한 생각은 없다"며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또래 청년들을 배려하는 품격을 보였다.
선배들의 성숙한 태도와 대비된 이번 사태는 주요 외신에서도 조명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병역 면제를 자랑스레 언급했다가 팬과 정치권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고, 일본 매체 '코코카라'도 "대회 4연패를 달성한 한국 대표팀이 자국 내에서 거센 비판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단순한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폐지론'으로 급격히 번지는 모양새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 병역특례는 국위 선양을 명분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급격한 저출생에 따른 현역 입영 자원 부족과 병역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극에 달한 현시점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도 여야를 불문하고 일제히 제도 전면 재검토 및 폐지 법안 추진에 나섰다. 한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대표라는 공적 지위보다 개인의 병역 면제를 우선시하는 태도가 드러난 이상 현행 제도의 존립 근거는 사라졌다"며 "체육요원 대체복무 기준을 대폭 강화하거나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