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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시험관 만졌다 사망?…러 흑사병 공포에 전세계 '긴장'

요약
  • 러시아의 한 페스트 방역연구소 직원이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병원체 유출 의혹과 흑사병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 러시아 당국은 사고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일반 대중에 대한 공중보건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러 연구원 사망에 병원체 유출 의혹 확산
러 "확인 안 돼" 해명에도 美·EU 예의주시
WHO "일반 대중에 공중보건 위험 낮아"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러시아 시베리아의 페스트 연구기관 직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진 사건을 두고 병원체 유출 가능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페스트균 감염이나 연구소 내 사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위험 평가에 나섰다.

영국 남부의 한 연구소에서 시험관을 이용해 연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AFP)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있는 ‘시베리아·극동 이르쿠츠크 페스트 방역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 직원 다리야 시필로바가 지난달 29일 중증 폐렴 증세로 입원한 뒤 이달 2일 숨졌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사망 원인을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발표했다.

이후 현지 언론은 병원체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시필로바가 연구소에서 페스트를 일으키는 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담긴 시험관을 실수로 깨뜨린 뒤 폐렴성 페스트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사고 경위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조사 결과 병원성 미생물 취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숨진 직원의 검체에서도 업무 과정에서 다루던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당국의 해명에도 대규모 방역 조치가 이어지면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필로바와 접촉한 약 200명이 의료 관찰 대상에 포함됐고 연구소 직원 60여명도 시설 내부에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병원 여러 곳에도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미국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함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의 보건·국가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백악관에서 관련 상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경보를 발령할 수준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집중해서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U도 대응에 나섰다. EU는 “페스트 관련 병원체 사고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전문가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회원국 간 대응을 조율할 방침이다.

다만 EU는 현재 별도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거나 비상조치를 시행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유럽 보건당국 간 직접적인 접촉이 제한된 만큼 WHO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으며 러시아 측에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WHO는 현재까지 확보된 비공식 정보를 토대로 일반 대중에 대한 공중보건 위험을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추가 정보가 확보되면 위험도를 다시 평가할 방침이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흔히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임상 양상에 따라 크게 림프절 페스트, 폐렴성 페스트, 패혈증성 페스트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폐렴성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3가지 증상 중 하나로 벼룩이나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다른 페스트와 달리 미세한 침방울을 통해 사람 간 전파될 수 있다. 치명률은 높지만 항생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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