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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20대 사망자 절반은 스스로 세상 등졌다

요약
  • 취업난과 고립 등 복합적 사회 위기로 인해 2030 청년층의 우울증과 조기 정신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신호 포착과 적극적인 전문의 도움이 시급하다.
[And 건강] 청년 정신건강 빨간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극심한 공허감·폭식·환청·망상
성격 탓인 줄 알았는데 정신증
2030 우울증 환자 갈수록 급증

취업난 무력감·1인 가구 고립 등
복합적 사회위기, 정신건강 위협
정신과 치료 편견… 조기 치료 중요 취업준비생 A씨(24·여)는 스터디그룹에서 공부하며 겉으론 늘 웃고 있으나 극심한 공허감과 폭식, 12시간 넘는 과수면에 빠져 지내는 날이 많았다. 중3 때 친구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성인이 된 뒤 수차례의 취업 좌절로 학창시절 이후 잠잠했던 자해도 2~3차례 시도했다. A씨가 병원 문턱을 넘은 건 1년이 지난 후였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왜곡된 생각으로 혼자 참다 치료가 늦어졌다. 병원에선 중증 우울과 불안증, 자해 재발 진단을 내렸다. 항우울제와 기분 조절약을 사용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지 8개월째인 A씨는 자해 시도를 멈췄고 우울증도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주치의는 “학창 시절 속마음을 터놓지 못해 몸에 상처를 내며 버텼던 기억이 취업난 같은 현실의 벽을 만나 다시 올라온 경우”라며 “혼자 감당하다 병을 키우지 말고 조기에 전문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휴학생인 B씨(21)는 군 복무 스트레스와 복학 후 진로에 대한 중압감으로 이른 나이에 정신병적 증상을 겪었다. “사람들이 비웃는다” “휴대폰이 도청당하고 있다” 등 피해망상이 시작되고 밤마다 환청이 들려 1년 반 정도 집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시점에 증상이 심해졌고 이상 행동을 눈치챈 부모의 설득으로 B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조기 정신증’. 특정 병명이 아니라 환청이나 망상, 사고의 혼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의 첫 시작 단계에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개념이다. B씨 부모는 “성격이 예민해졌거나 사춘기가 늦게 온 탓으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 주치의는 “조기 정신증은 평생 사회와 격리되는 불치병이 아니다. 고혈압처럼 발병 초기에 발견해 뇌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면 얼마든지 복학하고 취업할 수 있다”며 “1~2년의 골든타임 안에 병원을 찾는 것이 청년의 평생을 바꾼다. 이상 증상을 단순 성격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기의 청년 정신건강

2030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A씨처럼 우울·불안증을 겪거나 자해·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B씨처럼 조기 정신증 진단을 받는 2030세대도 적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통계를 보면 10~40대 사망 원인 1위는 모두 자살이었다. 특히 20대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53.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 10대(51.2%)보다도 높았다. 30대의 자살사망 비율도 42.3%에 달했다. 한국의 20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20.8명)은 경제협력발기구(OECD) 국가의 20대 평균(약 10명)의 배 수준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최신 응급의료통계(NEDIS)에 의하면 자해·자살 시도로 전국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45% 이상이 2030 청년층이며, 특히 20대 여성의 비율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우울증 진료 최다 환자군도 60대에서 20대로 바뀌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7년에는 60대(18.7%)가 가장 많았으나 2021년에는 20대(19%)가 전 연령대 중 1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20대 우울증 진료는 127.1%, 불안장애 진료는 86.8% 급증해 전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30대의 우울증 진료는 67.3% 늘었다.

이 같은 청년들의 정신건강 위기는 뇌 발달 과도기의 충동성과 치료공백, 취업난·비정규직에 따른 무력감과 직장 내 번아웃, 1인 가구 급증 및 고립·은둔 청년의 지지망 결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협력홍보위원장인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는 5일 “요즘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2030 청년들의 위기는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청년기 특유의 정서적 취약성 위에 취업 한파와 고용 불안정, 1인 가구의 고립이 겹쳐지며 발생하는 복합적 사회 위기”라고 진단했다.

감정 조절, 행동 제어 등을 담당하는 뇌전두엽은 대개 20대 후반에 완성된다. 이 같은 과도기에 학업·취업 실패, 가족 갈등, 경제적 압박, 사회적 고립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적 위기가 닥치면 판단과 충동 조절에 취약해질 수 있다. 청년 우울증의 경우 기분 반응성이 남아 있어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타인의 평가와 거절에 취약한 ‘비정형 우울’ 양상을 띠며 그에 따라 대인관계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 상대적 박탈감, 일터 내 스트레스와 번아웃, 1인가구와 고립·은둔 청년 증가, 지지망 약화 등 사회구조적 요인이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 신호 포착 교육, 전문가 평가 필요

더 큰 문제는 2030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치료 지연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에 의하면 정신이상 증상을 인지한 후 전문 진료로 이어지기까지 ‘치료받지 않은 정신증 기간(DUP)’이 국내 환자 평균 1.5년(약 78주)이나 됐으며, 지역사회 연구에선 중앙값이 2.3년(840일)에 달했다. 이소희 위원장은 “조기 정신증은 처음부터 환청이나 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을 피하고 학교·직장 기능이 떨어지며 잠을 못 자고 우울·불안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것처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증 자체의 병식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인은 자신의 생각이나 지각이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과 취업·학업에 대한 불이익 우려가 치료를 미루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층의 DUP를 줄이려면 초기 신호를 알아차리는 교육, 빠른 전문가의 평가, 낙인 감소, 의료기관 간 신속한 의뢰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정신건강에 적기 개입이 가져오는 임상 효과는 크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우울장애는 치료 지연 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경우 지연군에 비해 치료 반응률이 1.7배, 완전관해율(우울 증상이 거의 사라짐)이 1.65배 유의미하게 높았다. 국내 조기 정신증 환자 308명 연구에서도 짧은 DUP는 증상 완화와 완전관해의 예측 요인으로 보고됐다. 조기 정신증과 관련해선 ‘가능한 빨리 치료받으라’는 게 국내외 진료 원칙이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생활현장과 1차 의원, 응급실, 일터의 연결고리를 정비해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적기에 편견 없이 치료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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