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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 대신 찾는 염소.. 불법도축 판치는데 도축장 지원 신청은 '0'

요약
  • 개 식용 종식에 따라 대체 보양식으로 염소 소비가 급증하고 불법 도축이 성행하고 있으나, 정부의 도축시설 지원 사업은 까다로운 조건과 영세한 농가 현실로 인해 신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아울러 사육업 등록률 저조 및 세부 도축 기준 부재 등 염소 산업 전반의 관리 체계가 취약한 상황입니다.
개소당 20억 지원에도 신청 업체 없어
지침만 고치고 도축시설 지원 ‘완료’
축사 개선 지원도 전국서 농가 1곳뿐
개고기 판매업소 전업률은 5.3% 그쳐
개 대신 식탁에 염소가 오르고 있지만 관리 체계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개 대신 식탁에 염소가 오르고 있지만 관리 체계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2월 개 식용 종식을 앞두고 대체 먹거리로 부상한 염소의 불법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도축시설 지원사업에 신청한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 근거만 마련한 채 해당 과제를 '완료'로 분류했다.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축산물 도축·가공업체 지원사업의 염소 도축장 시설자금을 신청한 업체는 자료 제출 당시까지 한 곳도 없었다. 개소당 20억 원, 3개소 이상 업체가 통폐합할 경우 50억 원을 지원하는 핵심 사업이지만 신청이 없어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문대림 의원실 제공 문대림 의원실 제공

그런데 농식품부의 '염소산업 발전대책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에는 지난달 17일 기준 이 과제가 완료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완료 근거로 '지침 개정을 통해 도축시설 신축, 개·보수 등 지원'을 제시했고 향후 계획에는 '신청 접수 시 검토 후 지원'이라고 적었다.

의원실은 자부담 30%를 요구하는 융자지원 방식이 신청 저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염소 사육농가의 70%가 30마리 미만을 기르는 영세농인 상황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대 50억 원을 지원받으려면 3개소 이상 업체가 통폐합해야 한다는 조건도 사업자 간 합의가 필요해 참여 문턱을 높인다고 봤다.

사육시설 개선 지원도 실적이 저조했다. 올해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에 선정된 흑염소 농가는 전국에서 1곳이었다. 추진실적표상 예산액은 50억 원이지만 집행액은 4,000만 원으로, 집행률이 0.8%에 그쳤다.

소비량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관리는 취약

불법 도축한 새끼 흑염소.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불법 도축한 새끼 흑염소.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개고기의 대체 보양식으로 주목받는 염소고기 소비량은 2020년 6,328톤에서 2024년 1만3,708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염소 산업의 관리체계는 취약했다. 사육업 등록률은 38.3%에 그쳤고 국내 출하 염소 가운데 도축장을 거치지 않는 불법도축 물량은 43%로 추정됐다. 전국 도축 가능 시설 17 곳 가운데 염소 전용 시설은 10곳(본보 8월 14일 보도)에 불과하며 경기도에는 한 곳도 없었다. 더욱이 돼지나 닭과 달리 염소에는 전기 기절 등에 관한 축종별 세부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관기사• 개 대신 식탁 오르는 염소… '전기 기절' 도축에 세부기준은 '제로'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81316570000848)

도축시설 지원을 포함한 염소산업 발전대책의 전반적인 예산 집행도 저조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2월 염소고기 소비 급증에 대응해 2029년까지 약 540억 원을 투입하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0개 과제에 책정된 예산은 125억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기준 집행액은 약 20억 원으로, 집행률은 15.6%에 그쳤다.

사육업 등록에도 공백이 있다. 농식품부는 2024년 기타가축통계상 사육농가 1만1,474곳과 올해 1월 1일 기준 등록농가 4,390곳을 비교해 등록률을 38.3%로 추정했다. 이후 별도로 제출한 지난달 21일 기준 등록농가는 4,883곳이었다.

농식품부는 제출 자료에서 염소를 100마리 이상 기르는 농가를 대상으로 사육업 미등록 현황과 사유를 파악하고 행정지도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염소 이력관리 연구용역은 올해 10월까지 진행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제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개고기 팔던 음식점의 전업, 5.3% 그쳐

전남 강진군 개농장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개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제공 전남 강진군 개농장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개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제공

한편 개고기를 판매하던 음식점의 전업도 더딘 상황이다. 올해 7월 기준 운영 신고를 한 개 식용 식품접객업소 2,361곳 가운데 전업을 완료한 곳은 126곳으로 5.3%에 그쳤다. 정부는 전업 시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을 최대 25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관련 예산 집행액은 2억7,600만 원이었다. 또 1~4구간 전·폐업 농장에서 감소한 40만4,307마리 가운데 경비견·반려견으로 사육 목적이 바뀌거나 지인에게 분양된 개, 소유권이 포기된 개는 총 1,174마리로 약 0.3%에 그쳤다.

문 의원은 "도축장이 없어서 불법도축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정작 시설을 지으라고 마련한 사업에는 신청이 한 곳도 없다"며 "지원 조건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 식용 종식법 종료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과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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