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색 지시해 부모 계좌번호 확보
다른 휴대폰서 당근 접속, 고가상품권 구매
경찰, 피해 접수 후 범행 이용 계정 추적 중
중학교 2학년 김양이 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캡처. 계정 사용자는 김양에게 부모 휴대폰을 빌려주면 커뮤니티 추천인 용도로 쓰고 그 대가로 5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김양 제공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숏폼 플랫폼에서 청소년을 노린 신종 피싱 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직 판단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부모의 신상 정보와 은행 계좌를 직접 알아오도록 유도하는 수법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모(15)양은 지난달 10일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현금을 준다'는 게시물을 보고 호기심에 댓글을 남겼다가 "부모님 휴대폰을 성인 커뮤니티 추천인 용도로 잠시 빌려주면 5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실제로 게시물에는 돈을 받았다거나 돈을 받고 싶다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려 있었다. 김양은 별다른 의심 없이 아버지 휴대폰을 가져왔다.
'기부은누'라는 계정 사용자는 김양에게 아버지 김모(49)씨의 휴대폰 번호와 통신사, 생년월일, 은행 계좌번호를 물었다. 김양이 "계좌번호를 모른다"고 하자 "아버지 휴대폰 카카오톡 대화에서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을 검색하면 된다"고 지시했다. 김양은 아버지가 평소 지인과 주고받은 대화 등에 남겨진 우리은행 계좌번호를 찾아 전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 휴대폰에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계정에 새로운 기기가 로그인됐다는 '보안 알림'이 떴다. 김씨가 쓰던 휴대폰 기종은 아이폰이지만 접속 기기는 '삼성 갤럭시 Z 플립6'였다. 김양이 전달한 김씨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다른 휴대폰으로 김씨의 당근 계정에 접속한 기록이 남은 것이다.
김양에게 접근한 인물이 아버지 김씨 당근 계정에 로그인해 김씨 은행 계좌를 연결(1원 인증 방식)한 뒤 상품권을 결제해 '102만1,989원'이 출금된 계좌 내역. 김씨 제공3분 뒤에는 김씨의 우리은행 계좌에 '당근853'이라는 이름으로 1원이 입금됐다. 당근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에 은행 계좌를 연결하기 위한 계좌 인증 절차로, 입금자명에 표시된 숫자 세 자리를 당근 앱에 입력하면 본인 계좌라는 게 확인된다.
곧이어 김씨 계좌에서 '102만1,989원'이 당근페이로 빠져나갔다. 김씨의 당근 거래 및 대화 내역에는 롯데모바일상품권 50만 원권 두 장을 구매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틱톡에서 김양에게 접근한 인물이 김씨의 당근 계정과 우리은행 계좌를 연결한 뒤 상품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100만 원 넘는 돈을 빼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양에게 접근한 인물이 아버지 김씨 당근 계정과 은행 계좌를 사용해 모바일롯데상품권 100만 원을 구매한 내역. 김씨 제공그동안 당근에서 발생한 청소년 대상 피싱 범죄는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소액을 주고 당근 계정을 사들인 뒤, 해당 계정에 허위 매물을 올려 다른 구매자한테 돈을 받아내는 수법이 흔했다.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청소년 등에게서 매입한 계정 532개를 이용해 1,462명에게서 67억 원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청소년에게 돈을 미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당근 피싱과 비슷하지만 돈을 탈취하는 방식이 달랐다. 아이에게 부모 휴대폰을 가져오게 한 뒤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넘겨받아 부모의 당근 계정과 은행 계좌에 접속했다. 피싱범이 피해자의 금융자산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경찰은 청소년을 계정 공급자가 아닌 부모의 금융자산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로 이용한 변종 피싱 수법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이용된 틱톡 계정에는 현재 '올리브영 쿠폰을 무료 나눔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상태다.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남긴 댓글도 380여 개에 달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최근 김씨를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마치고, 피싱범을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