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해외유출 적발 101건…반도체 40.6%
경찰은 송치·국정원은 적발…통계 기준 제각각
산업부, 국가별 유출 현황 못 받아…실태 파악 한계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GPT를 활용해 제작했다.[데일리안 = 정다운 기자] 지난 10년간 경찰이 해외 유출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한 국가핵심기술 10건 중 8건 이상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업기술 유출 사건 송치 건수도 5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산업기술 보호를 총괄하는 산업통상부조차 구체적인 유출 경위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기술유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대응체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데일리안이 김도읍 국민의힘(부산 강서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산업기술 유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유출은 23건, 해외 유출은 30건이다. 특히 해외 유출 사건으로 송치된 30건 중 25건(83.3%)이 중국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전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총 119건이다. 국내 유출이 62건, 해외 유출이 57건이었으며 해외 유출 사건의 72%인 41건이 중국과 관련됐다.
지난 5년간(2022년~2026년 8월)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국 쏠림은 더 뚜렷해진다.
이 기간 경찰이 해외 유출 사건으로 송치한 국가핵심기술은 25건으로, 이 가운데 22건(88%)이 중국 관련 사건이었다. 2024년에는 11건 중 9건, 지난해에는 6건 중 5건이 중국과 관련됐고, 올해 송치된 2건도 모두 중국이었다.
산업기술 유출 사건 송치 건수도 가파르게 늘었다. 경찰청 기준 송치 건수는 2020년 6건에서 2021년 9건, 2022년 11건, 2023년 16건, 2024년 19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22건을 기록했다. 5년 만에 3.7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국정원 통계에서도 해외 기술유출 규모와 반도체 집중 현상이 확인됐다. 경찰청이 검찰 송치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반면, 국정원은 해외 산업기술 유출 적발 건수를 관리한다.
경찰청과 국가정보원의 기술유출 통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관리돼 산업통상부가 전체 유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을 형상화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GPT를 활용해 제작했다.산업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국정원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198건으로, 이 가운데 58건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산업별로는 반도체 유출이 5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14건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디스플레이는 40건 중 11건, 전기전자는 28건 중 9건, 조선은 13건 중 10건이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2022년~2026년 8월) 국정원이 적발한 전체 해외 산업기술 유출은 101건이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41건으로 40.6%를 차지했고, 디스플레이는 21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도체 유출 적발 건수는 2022년 9건, 2023년 15건, 2024년 6건, 지난해 5건, 올해 8월까지 6건으로 집계됐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유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통계가 기관별로 따로 움직인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정원이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198건과 경찰이 해외 유출 사건으로 송치한 57건 가운데 동일 사건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현재 자료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관별 통계를 사건 단위로 대조하기 어려워 실제 기술유출 규모와 흐름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 힘든 구조다.
문제는 산업기술 유출방지와 보호를 총괄하는 산업부조차 전체 실태를 충분히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부가 관계기관에서 받는 자료는 적발·송치 건수 등 통계 중심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기관의 국내·국가별 유출 현황도 공유받지 못해 개별 사건이 어떤 기술과 관련됐고, 어디로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조차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공조가 실제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업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읍 의원은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범죄인 만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정책 수립부터 정보 수집, 조사·수사에 이르기까지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정부 대응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