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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팔 때 소액주주도 웃돈? 28년 만에 도입한 제도의 허점

요약

대주주가 독식하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와 나누기 위해 28년 만에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공개매수 물량이 50%+1주로 제한되고 인수자의 선행매수가 허용되는 등 허점이 지적되면서 시장의 거센 반발로 관련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의무공개매수 도입 나선 국회
개정안 정무위원회 통과했지만
시장 참여자 거센 반발에 발목
공개매수 물량 50%+1주에 그쳐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어려워…
예외로 허용한 선행매수도 논란
관련 법안 처리에 제동 건 국회
경영권을 사고팔 때 대주주만 누리던 '웃돈'을 소액주주에게도 나누겠다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선 반발이 거세다. 인수자의 선행매수를 허용한 데다, 공개매수 물량을 50%+1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제도의 취지는 소액주주 보호인데, 설계에 따라선 대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몰아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되레 소액주주의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사진|뉴시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되레 소액주주의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사진|뉴시스] 의무공개매수제도. 조금은 낯선 이 용어가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지난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에게도 대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팔 기회를 주겠다는 게 골자다.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영 의사결정권 등 지배권을 취득하기 위해 주식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걸 의미한다. 회사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에 붙는 웃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경영권 프리미엄은 통상 매각기업의 대주주 지분에만 붙는다. 기업의 또다른 주인인 소액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두고 소액주주가 차별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란 지적도 없지 않았다.

관련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2016년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의 지분 22.56%를 1조23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인수 가격이 주당 2만3000원을 웃돈 셈이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이 소액주주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M&A에 반대한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가격은 주당 6737원에 불과했다.

현대증권 매각 가격에 소액주주보다 3배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던 거다. 당시 현대증권 지분의 70%가량을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경영권 프리미엄은 대주주가 독식했다.

현대증권 사례뿐만이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4~2018년 지배주주의 지분이 이전된 국내 기업 중 45%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형성된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장 가격 대비 평균 45~54%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쯤에서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기업 인수자가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경우 50%+1주에서 인수자가 보유한 지분을 뺀 물량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여야 한다.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때도 공개매수(50%+1주) 의무가 발생한다.

[※참고: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업 인수자의 선행매수를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인수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선행매수한 후 15일 이내에 공개매수에 나서면 된다. 50%+1주 공개매수에 나설 때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물량만 사들이면 되는 이유다. 선행매수로 지분을 넘긴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주주는 제한된 공개매수 물량 안에서만 주식을 팔 수 있다.]

이번 정무위 통과로 28년 만에 공개매수의무제 재도입 가능성이 열린 셈인데, 시장의 반응은 어찌 된 일인지 싸늘하기만 하다.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보단 주주 간 평등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더 많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무엇보다 의무공개매수 물량을 50%+1주로 제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지배주주가 이미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소액주주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다. 인수자의 지분율에 따라 공개매수 수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인수자가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면 25%+1주가 의무공개매수 대상이 된다(표➀). 하지만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1%+1주만 매수하면 된다(표➂). 50% 넘게 지분을 확보하면 공개매수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표➁). 결국 공개매수 대상 물량이 적어질수록 소액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기업 인수 시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의무공개매수 규정을 두고 있는 주요국과도 다른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영국, 독일(30% 이상 취득), 일본(3분의 2 초과 취득) 등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체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에 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50%+1주 규정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이미 지배주주가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기업의 소액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받지 못하고, 기업 전체의 지분 구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이 지분을 50%+1주 이상으로 높이려 할 것이고 이는 대주주의 기업 장악력을 높여 소액주주의 기업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고: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에도 상장회사 주식 25% 이상을 보유하면 전체 주식의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 해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폐지됐다. M&A와 기업 구조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두고 시장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회는 관련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1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계획도 보류했다. 이쯤 되면 '추가 논의'에 들어간 셈인데, 국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에게 나누겠다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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