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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빠진 아이들, 돌봄의 정책이 필요하다”

요약
  • SNS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과용하는 청소년들의 '오디(OD)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나, 관련 법적 근거와 통계가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전문가들은 처벌 중심의 접근을 넘어 공공 복지 자원을 투입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하고 외로운 청소년들에게 ‘오디 커뮤니티’가 비빌 언덕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 건강을 위해 공공의 복지 자원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월11일 &lt;시사IN&gt; 편집국에서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69;김흥구 9월11일 <시사IN> 편집국에서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흥구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혹은 전문의약품을 과용하는 ‘오버도스(Overdose)’, 일명 ‘오디(OD)’를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오디 후기를 공유하고 복용 정보를 나누는가 하면, 불법적 경로로 약물을 구입하며 범법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아동·청소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 오남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아동·청소년의 불안과 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을 묻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아래는 일문일답.

엑스(X·옛 트위터), 틱톡 같은 SNS를 통해 ‘오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폐쇄형 커뮤니티에도 300여 명이 모여 복약 경험을 나눈다.

류정희(이하 류) : 불안과 어려움을 나눌 관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디 커뮤니티가 청소년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있다. 무섭고 불안한 마음을 1000원, 2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감기약·수면유도제·기침약 등)을 먹는 것으로 잠재울 수 있으니 그만큼 쉽게 빠져든다. 번화가에 위치한 멀티방에 모여 자신들이 가져온 약물을 수십 알씩 나눠 먹기도 한다. 이 약이 얼마나 자신을 해치는지, 이후의 삶에 어떤 트라우마를 남길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 다녀도 경찰들이 제지하지 못한다. 속수무책이다.

마약류 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경각심이 낮다. 우리 사회도 처음 맞닥뜨린 문제다.

박선영(이하 박) : 눈앞에 약에 취한 청소년이 있는데 경찰이 왜 손을 놓고 있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을 포착하지 않으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감기약을 친구에게 나눠줬다고 경찰이 잡아간다’가 되는 거다. 일반의약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남용 통계에도 전혀 잡히지 않는 상태다. 행정력이 실효성 있게 대응하도록 규제·예방·보호 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의료인도 나서서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류: 제재 중심의 대책을 넘어서는 고심도 필요하다. (마약류) 약물 오남용 및 중독 관련 통계에는 암수가 많다. 범죄화하기보다 복지 차원에서 지원과 돌봄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아동ㆍ청소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 오남용에 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69;김흥구 전문가들은 아동ㆍ청소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 오남용에 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흥구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류: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노 롱 도어(No Wrong Door) 원칙’을 참고할 만하다. 위기 청소년이 학교·정신건강센터·경찰·상담기관 등 어떤 경로로든 도움을 요청하면 필요한 서비스로 바로 연결해준다는 원칙의 이름이다. 청소년이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자기 사정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경찰과 사회복지 자원을 결합한 모델도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경찰과 사회복지사, 의료 전문가로 이루어진 합동팀인 ‘CAST(Community Access Support Team)’를 통해 정신 건강 위험군에 대응한다. 체포나 구금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연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힘든 모델이다.

류: 관련 복지 인프라가 너무나 부족하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성남·수원·고양·화성 등 전국에 4개 있다. 상담이나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접근이 쉽지 않다. 공공이 정신 건강 위기 아동에게 투입하는 자원이 턱없이 적다. 청소년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이기도 하다. 약물 오남용·약물중독 청소년을 둔 부모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지지 모임이라도 열고 싶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함께 고민을 나눌 기회가 전무하다.

다양한 사회적 자원이 연결되는 게 핵심이다.

박: 학교·가정·지역사회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예방’과 ‘발굴’의 역할을 스쿨폴리스(SPO, 학교 전담 경찰관)를 중심축에 두고 설계하기도 한다. 교사 외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스쿨폴리스가 수업에 자주 불참하거나, 교우 관계가 크게 달라지는 등 약물 오남용 징후를 보이는 학생을 조기에 포착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청소년 지원 기관 및 전문가 등을 연결한다. 연계할 수 있는 기관과 서비스,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까지가 완성이다. 해외에서도 위기 청소년의 문제를 강한 제재로 해결하려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무책임하고 무지한 어른들의 방치가 아동·청소년의 위기를 키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우리 사회도 결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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