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정 행장이 다시 선임되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맡는다. 통합 이전에는 라응찬 전 행장이 세 차례 연속 신한은행장을 맡은 전례가 있지만 통합 신한은행에서는 아직 세 번째 임기를 부여받은 행장이 없다. 그동안 정 행장의 강력한 연임 근거였던 실적에 '정보보호와 내부통제'라는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경찰 수사까지…은행장, 책무구조도상 책임은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금융기관 해킹 사건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했다. 사이버테러대응과장을 팀장으로 4개팀, 28명이 투입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중대범죄수사청 통보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공격받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경우 통보 대상이 될 수 있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신한은행에서 확인된 정보유출 대상은 총 2만5729명이다. 서비스별로는 대출신청결과조회 2만4308명, 고객연락처조회 2만2851명, 대출신청내역조회 1만9578명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 서비스에서 중복 노출된 고객이 있어 이를 단순 합산한 수치와 전체 유출 인원은 다르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명과 휴대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대출신청 정보, 금리 등이 포함됐다.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은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침해사고 보고서 등에 따르면 공격은 9월28일 오후6시4분 시작돼 30일 오전0시15분까지 이어졌다. 은행은 29일 오전9시30분 비정상 접근을 인지해 공격 IP 차단에 나섰고 오후1시43분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날 오후8시30분 추가 공격이 발생하자 오후9시30분 침해사고대응팀(CERT)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30일부터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와 금융당국 조사에서는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시스템의 인증 절차가 적절했는지, 이상 접근을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했는지, 공격을 인지한 뒤 추가 침입을 막는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보보호 투자와 실제 방어체계의 실효성도 점검 대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기준 신한은행의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은 368억9841만원으로 2024년 370억3518만원보다 약 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정보기술(IT) 투자액은 4288억원에서 4634억원으로 늘면서 IT 투자에서 정보보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8.64%에서 7.96%로 낮아졌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금융위원회 주관 '개인신용정보 관리·보호 실태 점검'에서 6년 연속 S등급(100점)을 받았다고 공시해왔다. 대출모집법인 등 개인정보 처리 수탁사에 대한 보안점검도 실시해왔다. 이번 사고는 인증과 점검 실적만으로 실제 공격 대응력을 담보할 수 있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성을 드러냈다.
정 행장의 책임 범위 역시 수사와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정보유출의 규모만으로 은행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의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취약점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이 확인돼야 경영진 책임 여부도 구체화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 행장을 둘러싼 실적 면에서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가 2023년 2월 취임한 이래 신한은행 연간 당기순이익은 2023년 3조677억원에서 2024년 3조6954억원, 지난해 3조774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45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순이익 2조2254억원보다 2331억원 많았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상반기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4조88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60%로 0.05%p 상승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90%로 0.62%p 높아졌다. 실적만 놓고 보면 정 행장의 재선임을 뒷받침할 근거는 분명하다. 다만 올해 인사는 과거의 연임과는 무게가 다르다.
정 행장은 2024년 말 한 차례 재선임돼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다른 주요 은행장들이 첫 임기 종료를 앞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정 행장이 도전하는 세 번째 임기는 단순한 임기 연장의 의미를 넘어선다. 기존 성과를 평가하는 동시에 다른 후보가 아닌 현직 CEO에게 다시 경영을 맡겨야 할 근거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이번 정보유출 사고가 실적 중심이던 신한금융 평가 구도에 정보보호와 관리 책임이라는 새로운 판단 요소를 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국감 시즌…인사 방정식 '고차원' 불가피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도 이전과 달라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은행지주 회장들과 만나 자회사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CEO 자격요건과 검증기간을 갖추고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CEO의 연임이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직 CEO를 다시 선택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고 왜 적임자로 판단했는지를 금융지주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통합 신한은행 최초의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정 행장에게는 더욱 민감한 대목이다.
국정감사도 변수다. 현재 정 행장의 증인 채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잇따른 은행권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5대 은행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사고 원인과 보안체계를 따져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 행장 역시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연말 인선 과정에서 수립할 고차원 공식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의 기준에다 고객정보를 다루는 외부 접근 시스템에 적절한 인증·통제 체계를 갖췄는지, 비정상 접근을 조기에 탐지할 체계가 작동했는지, 사고를 인지한 이후 추가 공격을 막는 대응은 충분했는지 등을 추가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EO까지 책임져야 할 관리상 문제가 확인되는지가 핵심이다.
반대로 경찰 수사와 금융당국 조사에서 경영진 차원의 중대한 관리 부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정 행장이 쌓은 실적은 세 번째 임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남는다. 정보유출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연임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정 행장의 경영 성적표에는 이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뿐 아니라 '고객 2만5729명 정보유출'과 경찰 수사라는 변수가 함께 올라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에 더해 내부통제와 정보보호 역량까지 CEO 평가 요소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신한금융이 은행장의 핵심 자격을 무엇으로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연임 여부뿐 아니라 그 판단을 어떤 기준과 근거로 설명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