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병역특례 폐지는 이미 했어야"…유승민도 "기준 자체 폐지"
김병주 "53년 전 제도 재정비해야"…여야서 폐지·축소론 잇따라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 승리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photo 도요타/연합뉴스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특례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에서는 현행 제도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병역특례 자체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잇따르고 있다. 병역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성과를 이유로 병역 부담을 달리하는 것이 공정성에 맞느냐는 지적이다.
논란은 야구 대표팀의 우승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전원이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 선수인 일본과의 예선에서 0대5로 패했지만, 결승에서는 3대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병역 미필 선수 16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됐고,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강한 동력으로 병역 혜택을 거론했다.
이후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잇단 언행이 논란을 키웠다. 박승수(뉴캐슬)는 금메달 획득 후 소셜미디어(SNS)에 전역모를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렸다. 주장 이기혁(강원)은 취재진에게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우진(전북)은 절뚝거리며 걷다가 신발에서 금메달을 꺼내는 영상을 게시했다가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우진은 해외에서 유행한 밈을 따라 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전역모’를 쓴 박승수 선수와 절뚝이며 걷다가 운동화에서 금메달을 꺼내는 장면을 연출한 최우진 선수. photo 인스타그램선수들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은 병역특례 제도의 공정성 문제로 번지며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병역특례제 폐지는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020년에도 병역특례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때 그런 (병역 면제) 혜택을 줘서 국위선양하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경제적 보상으로 해야 한다"며 "병력 숫자가 절벽에 이른 상황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며 단계적인 축소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병역자원의 급감"이라며 "한 명의 병역자원이 소중한 시대에 특정 분야의 성과만으로 병역 부담을 달리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국익에 크게 기여한 BTS도 국방의 의무를 그대로 이행했다"며 "대상과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점진적 개편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역이 메달이나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이 돼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대단한 성취이고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금메달에 대한 축하와 병역특례는 다른 문제"라며 "시대가 달라진 만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 역시 체육·예술 분야 병역특례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 의원은 현행 제도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각종 국제 예술경연대회 등의 성과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분야별 기준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제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논란을 몇몇 선수의 말실수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며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시대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하고, 제도를 유지한다면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이제 병역특례를 줄이는 쪽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방위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난 국정감사 때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병역특례 기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군 면제에 관한 원칙의 문제이고 제도의 문제"라며 "차제에 스포츠, 예술 분야의 병역면제 기준 자체를 모두 폐지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면제라는 인센티브로 스포츠와 예술을 진흥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며 국가 스스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기피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30세대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다. 나 의원은 "2030 청년 세대들이 'BTS도 군대에 가는데 아마추어 선수 이기고 군 면제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국제대회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체육인과 예술인의 국위선양을 장려한다는 취지였지만,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병역 의무의 형평성 문제가 커지면서 제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여야에서 폐지·축소부터 기준 재설계까지 다양한 개편론이 동시에 나오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언론에 관련 지적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을 세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