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끌어내린 주가, 기업이익은 버텼다
● 높아진 채권의 매력, 장기 자산 증식은 주식으로
● 환율로 업종 나누기보다 기업의 가격 결정력 봐야
● 원화 강세가 바꾸는 글로벌 자금의 시선
● 시장 방향과 가격 맞히려 하지 말고 실수 줄여라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다음 상승은 인공지능(AI) 서사를 기업이익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하반기 증시의 상승 속도가 상반기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호영 기자 |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의 상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9월 1~10일 수출액은 350억 달러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도 165억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3.00%로 올렸다. 수출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그만큼 자본을 조달하는 비용은 더 비싸졌다. 환율, 유가, 외국인 수급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시장의 여러 신호가 엇갈리면 투자자는 다음 고점을 예측하는 일에 매달리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에서 무엇을 언제 사고팔며 기다릴지를 가리는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목대균(51) KCGI자산운용 대표를 만난 것도 그 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투자업계에 들어와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손실이 컸던 인사이트펀드 운용에 2011년 투입돼 약 3년 만에 원금을 회복했다. 현재 6조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KCGI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최근 펴낸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서삼독)에는 지난 20여 년간 시장 전망과 투자 가설이 빗나갔던 순간이 여럿 등장한다. 전망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매수·매도·보유 전략을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목 대표는 “6~7월 급격하게 이뤄진 조정도 가격의 낙폭보다 조정을 일으킨 구조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다림이 필요한 구간최근 국내 증시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으며 앞으로 상반기 같은 가파른 상승세가 재현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9월 들어 코스피가 다시 올랐는데 기존 시장 전망을 수정할 만한 변화라고 보나.
“기존 판단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상반기 상승이 가파른 기울기였다면 앞으로는 훨씬 완만한 기울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함께 늘면서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거시경제 여건이 지수의 상단을 누른다. 다음 상승은 인공지능(AI) 서사를 기업이익이 뒷받침해야 한다.”
6~7월에 이뤄진 조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6월 고점부터 7월 저점까지 지수가 30% 가까이 하락했다. 개별 종목은 40~50%를 조정받기도 했다. 흔치 않은 규모다. 그래도 조정의 성격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질금리가 올라 자본비용이 상승했고 주가의 밸류에이션은 낮아졌다. 국내 기업의 이익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경기침체로 이익이 무너진 조정과 성격이 다르다. 이익이 유지된다면 회복이 가능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
목 대표는 코스피 7000~7500 구간에 개인투자자의 매물이 많이 쌓여 있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오를 때마다 본전을 찾으려는 매물이 나오기 쉬운 구간이다. 해외 기관도 회계연도 말의 장부 마감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기 어렵다. 외국인 장기 자금은 한국 시장을 다시 살피고 있으나 서둘러 들어올 이유도 없다는 설명이다.
“자금은 천천히 들어오는데 손실을 본 투자자의 마음은 급하다. 급하게 써야 할 돈을 주식에 넣었다면 시장의 시간표와 투자자의 시간표가 어긋난다. 회복 시점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기다림이 필요한 구간이다.”
현재 시장을 전제로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1억 원을 운용한다면 어떤 자산 배분을 생각할 수 있나.
“주식 5000만 원, 채권 3000만 원, 현금 1500만 원, 금·원자재 500만 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주식은 국내 3000만 원과 해외 2000만 원으로 나눌 수 있다. 해외 주식과 원자재는 달러 자산의 성격도 지닌다. 채권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해 원화 채권을 생각할 수 있다. 만기는 1~5년 정도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본다.”
목 대표는 이 비율이 특정 투자자에게 권유한 표준 포트폴리오와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KCGI자산운용의 자산 배분 모델도 시장 여건에 따라 매주 비중이 달라진다. 연령, 소득, 투자 기간, 손실 감내 수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인터뷰에서 제시한 숫자는 현재 시장의 위험을 고려한 가상 사례다.
새로 투자한다면 기다려야 할까. 일부라도 시작해야 할까.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예정 금액의 40% 정도는 먼저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 나머지는 30%씩 두 차례 나눠 조정이 왔을 때 투입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기다리던 조정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 투자자라면 시장 방향과 목표 가격을 맞히려 하기보다 적립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
종목 쏠림 지양하고 다시 매수할 여지 남겨라그는 기업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는 믿음을 투자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국 증시는 오랜 횡보 뒤 높아지는 계단식 흐름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투자할 때는 3년과 5년 뒤의 이야기를 하면서 매수 직후부터 매일 수익을 기대하는 태도도 경계했다.
금융자산의 80~90%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투자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종목 쏠림이 가장 큰 문제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견딜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개인투자자라면 다섯 종목 정도로 나누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손실이 크다면 손실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AI 사이클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종료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원금을 회복하거나 손실을 줄일 기회는 남아 있다고 본다.”
현금을 ‘다시 살 권리’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보수적 관점에서는 15%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KCGI자산운용은 7월 저점과 8월 초에 현금을 상당 부분 사용했다. 낙관이 극단으로 가면 현금을 늘리고 공포가 극단으로 가면 현금을 쓴다. 신문 1면에 ‘패닉’ 같은 표현이 가득하고 투매가 벌어질 때는 가격도 낮아져 있다. 지금은 공포가 어느 정도 걷힌 만큼 가격을 꼼꼼히 따져야 할 시점이다.”
개인이 그런 변화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나.
“경제신문을 읽어라. 영상은 수동적으로 듣기 쉽지만 글은 읽는 데 시간이 걸리고 생각을 하게 한다. 시장의 공포와 탐욕이 신문 헤드라인에도 나타난다. 지금은 기관과 개인이 접하는 정보에 큰 시차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같은 정보를 어떻게 모으고 해석하느냐다.”
금리가 높아졌다. 채권의 매력도 상당히 커진 것 아닌가.
“분명히 커졌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재정 부담, 탈세계화 같은 요인이 돈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채권 수익률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그래도 장기 자산 증식이라는 측면에서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더 높다고 본다. 지금 채권을 새로 본다면 장기채 방향에 크게 베팅하기보다 1~5년 정도 단·중기물을 우선 고려할 만하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왔다. 달러 자산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환율은 굉장히 어려운 대상이다. 정책과 국가 간 이해관계까지 작용해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겠다는 접근은 위험하다. 무역수지와 자본 흐름 등을 놓고 계산하면 현재 1300원 중반 정도를 균형 수준에 가까운 구간으로 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환율을 투기적으로 맞히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원화 강세는 해외 투자자의 시각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달러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자금은 주가 상승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목 대표는 한국 증시를 다시 들여다보는 해외 장기 자금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이를 꼽았다.
시장 신호 달라지면 판단도 고쳐야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재평가보다 아직 시험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재평가되려면 기업이 꾸준히 돈을 벌어야 하고 이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한다. 번 돈을 주주에게 환원해야 하고, 주식이 단기 거래 대상에서 오래 보유할 자산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원화 강세와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어떤 기업을 주목해야 하나.
“환율 하나로 업종을 나누기보다 기업의 가격결정력을 봐야 한다. 원재료비가 오르면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가. 원가가 내려갈 때도 마진을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금융주처럼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주주환원이 늘어난 업종도 주목해 볼 수 있겠지만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인지가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사업 실적이 좋고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의 매도 시점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우선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를 만드는 빅테크의 자본지출을 본다. 요즘에는 그 기업들이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 회사채 가산금리도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메모리 가격이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부담스러운 신호다. 범용 메모리 수요와 중국 업체의 경쟁도 함께 봐야 한다.”
현재 시장 판단을 수정하게 만들 신호는 무엇인가.
“외국인의 현물·선물 매수가 몇 주간 강하게 지속된다면 한국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고금리와 고유가 흐름이 안정되는 가운데 지수가 계속 오른다면 기업이익을 반영하는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상승세가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때도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 반대로 빅테크의 회사채 가산금리가 오르고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며 국제유가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코스피는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보나.
“현재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500~8500을 밴드로 볼 수 있다. 7000~8000선은 비교적 편안한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기업이익이 시장 예상처럼 증가한다면 12개월 이상 시계에서는 더 높은 수준도 시도할 수 있다. 기업 이익과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산출한 범위이므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스닥은 기업별 편차와 금리 민감도가 커 지수 전망이 어렵다. 우선 1000선 회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목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시장의 향배를 잘 맞히려는 노력보다 실수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이번에 겪은 힘든 구간을 다음 판단의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나도 25년 동안 투자했지만 아직 시장에서 배운다. 인사이트펀드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결국 원금을 되찾았다. 회복 과정이 길고 괴로울 수는 있다. 그래도 투자도, 인생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다음 상승은 인공지능(AI) 서사를 기업이익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하반기 증시의 상승 속도가 상반기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