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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먼저 뛰어가면 우리는 청소하며 쫓아가”

요약
  •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2018년 녹취록을 통해 시민운동가 시절부터 정치인으로 성장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와 변화 과정이 공개됐다.
  • 녹취록에서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정치적 유불리보다 시대적 요구와 역할에 따라 결단해왔으며, 대선 출마 역시 철저한 계획보다는 상황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김현지 녹취록③] 김현지가 본 정치인 된 뒤 이재명
“정치적 유불리 먼저 따지는 건 ‘스텝 꼬인다’고 표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때 신상진 국회의원은 자기는 대통령이 꿈이라고 했어요. 이재명 시장님은 ‘나는 이장이 꿈이다’라고 했어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2018년 1월 녹취에서 회고한 20년 전의 일이다. 두 사람의 대답은 다르게 들렸다. “대통령이 꿈인 사람은 이미 정치를 꿈꾸고 있었던 거예요.”

지난해 야권이 “김현지,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며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과 과거 경력 등을 문제 삼는 공세를 벌이던 당시 주간경향은 김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녹취는 2018년 1월 30일 만들어졌다. 당시 이재명은 성남시장 재선 임기 중이었고 첫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시장은 같은 해 3월 시장직을 사퇴한 뒤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선 두 차례 기사에서 살펴봤듯 김 실장은 1998년 성남시민모임의 20대 실무간사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당시 이 대통령은 변호사이면서 시민단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자신도 도시빈민운동과 지역주민운동을 하려고 성남으로 온 간사 김현지는 변호사 이재명을 이렇게 기억했다. “내가 나중에 한다면 동네 이장을 하면서 동네를 뭔가 민주화시켜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하셨던 거죠.”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2018년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을 한 차례 치른 전국 정치인이 돼 있었다. 김 실장은 ‘정치인 이재명’이 시민운동가 시절과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을까.

녹취에서는 이 질문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변호사 이재명과 성남시장 이재명 사이에 달라진 점을 묻는 대화에서 김 실장은 먼저 ‘참을성’을 꼽았다. 다른 참석자가 버럭하는 것이 예전보다 무뎌진 것 같다고 하자 김 실장도 참을성이 조금 높아졌다는 데 동의했다.

김 실장이 더 큰 변화로 본 것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이었다. 그는 당시 대선 경선을 전후해 자신이 알던 이재명과 ‘정치인 이재명’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에서 했던 연설과 그전 행보를 보면서 ‘어쩌면 내가 이재명을 완벽하게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시민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생각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깊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이 저런 사람이였나 싶은 생각을 굉장히 많이 갖게 됐어요.”

청년배당 도입을 결정하던 과정도 사례로 들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처음부터 확신했던 정책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 자신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청년배당을 자신이 해야 할 정책인지 상당히 고민했다고 김 실장은 기억했다.

“청년배당 아이디어를 내고 결정하기 전에는 ‘이거 너무 좌파 같은 것 아니냐, 빨갱이스러운 공약 같은데’라고 너스레를 떨었어요. 한참 고민하더니 ‘해야겠다’고 하셨어요.”

김 실장은 그 결정을 단순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지 않았다. 김 실장은 “자신이 역사의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깊게 고민하고 내면화한 상태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다음 정치 행보를 계산하면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것을 ‘스텝이 꼬인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향후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자기 실리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일이 꽤 있는데, 그럴 때는 그 계산을 무시하고 던지고 결단하는 거죠.”

진행자가 언론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지만 정치인의 수사로 생각했다고 하자 김 실장은 바로 답했다.

“아니죠.”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언제 대통령을 꿈꾸기 시작했을까. 진행자가 대통령 출마 결심 시점을 묻자 김 실장은 자신들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우리도 당황스러운 이야기였어요.”

2016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도 참모들은 대선 출마를 현실적인 계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인지도나 지지도가 일점 몇 퍼센트 나올 때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재미있어하면서 계속 봤어요.” ‘조금씩 오르네’라며 지켜보던 정도였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당시 이 대통령의 생각도 당선 자체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문제도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문제도 커지면서, 본인의 당선이 목적이라기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이 주어지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대선 출마도 개인이 미리 계획한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갈지 말지를 먼저 결정하기보다 그건 본인이 결정한다고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봤어요. 시대적 요구가 있으면 열어놓고 고민하겠다는 정도였죠.”

대선 경선을 거치며 주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을 챙기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본인은 마음으로 엄청 챙기고 있죠.”

예전에는 하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수고 많다고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든가요.”

평소 듣지 못하던 말을 들으니 참모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고”

김 실장은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정치적 위치는 크게 달라졌어도 오래된 생활 취향까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시민운동 시절 함께하던 사람들은 여름이면 냇가를 찾았다. 녹취 참석자들은 당시 백현교 다리 밑에서 시민단체 사람들이 복날 행사를 하고 냇가에서 철렵을 해 어죽을 끓여 먹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이 그런 자리를 좋아했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물고기도 잡고 같이 야유회 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시장에 당선된 뒤에는 그런 시간마저 줄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시장이 된 뒤 “집에서 싣고 시청에 내려놓고 일 시키고 다시 집에 데려다준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유명인이 돼 낚시도 편하게 못 가니까 밤에 저수지로 낚시하러 가시고 그랬어요.” 정치 관련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서 낚시 잡지나 낚시 방송의 요청에는 응하기도 했다고 김 실장은 기억했다.

참모들과 워크숍을 가면 직접 요리도 했다. 진행자가 요리를 잘했느냐고 묻자 김 실장은 웃으며 선을 그었다. “그냥 그런 요리인 거죠. 물고기 배를 따서 라면스프를 넣는 누구나 하는 그런 거요.”

바둑 이야기도 나왔다. 김 실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바둑도 좋아했고 “꽤 잘” 뒀다. 다른 참석자들은 아마 3~5급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성남의 한 동네 약사와 바둑을 두던 일화가 있었다. 그 약사는 이 대통령을 곧잘 이겼다고 한다.

문제는 장소가 약국이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동안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약사는 손님을 맞아 약을 팔고 다시 바둑판으로 돌아왔다. 그 흐름을 이 대통령이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그걸 성질에 못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자 김 실장이 받았다. “성질나는 순간 지는 거죠.”

바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2018년 경기지사 선거 전략으로 넘어갔다. 빠르게 수를 내고 판을 움직이는 것은 이 대통령의 장점이었다. 김 실장이 보기에는 2018년 선거에서 바로 그 장점을 조절해야 했다.

2006년과 2008년, 2010년 선거에서는 뒤에서 쫓아가는 도전자였다.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때부터는 지켜야 하는 선거가 됐다. 경기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김 실장이 보기에 2018년 경기지사 선거의 가장 큰 과제는 이 대통령의 이런 기질을 얼마나 통제하느냐였다.

“2006년, 2008년, 2010년까지는 메인이 따로 있고 저희가 계속 대드는 선거였어요.”

공격하는 선거에서는 이 대통령의 성격이 오히려 강점이었다. “후보로서 계속 덤비는 선거였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하지만 2014년 성남시장 재선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현직에서 재선을 하는 방어전이 되니까 그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2017년 대선 경선은 오히려 편했다고 했다. “대선 경선은 시장님 성질대로 하면 되니까 쉬웠어요.”

2018년 경기지사 선거는 다시 달랐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현직이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네거티브나 문제제기, 약 올리는 것을 잘 참고 무게감 있는 큰 인물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봤어요.”

작은 싸움에 일일이 대응하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다음 정치 행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상대의 약점을 보고도 모른 척하기 어려워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잘 막아내고 잘 참는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가 중요하고, 마인드 컨트롤이 꽤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과 학습 속도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속도가 참모진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감각이 빠르다 보니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뛰어나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저희는 항상 뒷수습 청소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헉헉거리며 따라가는 것이냐고 묻자 김 실장은 웃으며 고쳐 말했다.

“헉헉대는 것만이 아니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뛰어가면 실수도 하고 엎질러지기도 하니까 청소를 하면서 쫓아가야 하는 거예요.”

바로 다음 대목에서 훗날 이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뒤흔든 이름이 등장한다.

대장동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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