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관객이 영화 ‘암살자(들)’을 예매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개천절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암살자(들)>이었다.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치이카와)를 누르고 연휴 사흘 동안 52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보수층의 ‘역사 왜곡’ 비판과 감독과 배우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전날 17만885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천절 연휴인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관객 수는 52만2405명으로 전체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241만2816명이다.
<암살자(들)>은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22일 연속 지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4일 만에 100만명, 11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300만을 향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9일 시작되는 한글날 연휴 동안 3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봉한 지 2주를 넘긴데다, 보수층의 ‘역사왜곡’ 등 반발로 배우와 감독들이 무대인사 등 홍보일정을 멈췄으며, 다른 경쟁작들이 개봉하는 등 영화 외적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음에도 개천절 연휴 1위를 유지하고 오히려 관객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치이카와>는 5일 13만1277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개천절 연휴 사흘간 47만7125명이 관람했다. 누적 관객 수는 73만6041명이다. 3위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5일 하루 9만6721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146만2369명을 기록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수사 당국은 북한 당국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계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육 여사 암살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는 이 사건에 공범이 있었으며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권의 위기 탈출을 위한 자작극 가능성을 암시하는데, 논란은 여기서 출발한다.
보수층은 영화가 박 전 대통령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북한 주장과 유사하다고 비판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유해진을 두고 ‘북한상’이라고 했으며, 국책은행 투자외압설까지 제기했다. 보수단체들은 유해진 배우의 집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우파 영화에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당초 주진우 의원이 개인 명의로 보내려 했지만 동참하려는 의원들이 늘면서 원내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도 영화가 개봉 초반보다 기세를 올리며 흥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격을 주도하는 보수진영이 영화 홍보대사가 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