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피해 여성 ‘제인 도’ 이름표 달고
“모든 제인 도에게 정의를”, “가해자들 퇴학시켜라”
2년 전 집단 성폭행 사건이 뒤늦게 공론화된 미국 명문 코넬대에서 5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가 가슴에 익명의 피해자를 상징하는 '제인 도' 이름표를 달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2년 전 집단 성폭행 사건이 뒤늦게 공론화된 미국 명문 코넬대에서 5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응에 분노한 학생과 교직원들은 본관 앞으로 행진하며 학교의 책임 있는 대책을 강하게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 뉴욕주 코넬대 캠퍼스에는 학생과 교직원 수천명이 모여 시위했다. 소송 제기 이후 코넬대 구성원들이 대규모로 모인 것은 처음이다.
참가자들은 익명의 피해 여성을 상징하는 '제인 도'(Jane Doe) 이름표를 달고, 성폭력 피해자와의 연대를 뜻하는 보라색 리본을 착용했다. "모든 제인 도에게 정의를",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들을 퇴학시켜라"와 같은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도 들었다. 제인 도는 미 법원 서류에서 피해 여성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다.
참가자들은 집회 연단에서 마이클 코틀리코프 총장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코틀리코프 총장과 대학 행정부가 학생들의 안전보다 대학의 명성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남학생 사교클럽을 금지하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번 시위를 기획한 20여개 학생 단체는 대학 측에 성폭력 신고 대응 정책의 전면적인 개정을 주장했다. 이들은 학내 징계 시스템을 개편과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의 퇴학 또는 학위 취소 등의 조치도 요구했다. 또 성폭력 의혹 조사를 위한 표준화된 조사 일정 도입, 대학 경찰의 대응 역량 강화 등을 촉구했다.
2년 전 집단 성폭행 사건이 뒤늦게 공론화된 미국 명문 코넬대에서 5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가 "강간범이 아니라 생존자를 보호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시위에 앞서 이날 새벽에는 건물 파손 사건도 발생했다. 대학 측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하는 소행으로 추정됐다. 대학 본관 건물의 유리문이 깨졌고, 입구 벽면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대학이 성폭행범을 보호한다", "가부장제를 부수자" 등의 문구가 쓰였다.
익명의 활동가들은 코넬대 학생신문 코넬 데일리 선에 보낸 성명을 통해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하며 대학 측을 비판했다.
이후 대학 측은 그래피티를 제거하고 파손된 유리문은 판자로 가리는 등 임시 조치를 했다. 대학 측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을 향해 "재산을 손상시키는 것이 코넬 대학 졸업생들의 좌절과 강한 감정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위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이번 주 내내 학내 타운홀 미팅, 수업 거부 및 7시간 농성 등 추가 항의 행동을 예고했다.
앞서 2024년 10월 19일 밤 코넬대 남학생 사교클럽 '카이 파이'(Chi Phi) 숙소에서 클럽 구성원 7명이 20세의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들로부터 약물(케타민) 흡입을 강요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사건 약 3주 뒤 대학 경찰에 신고했지만, 당시 검찰은 형사 기소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실시해 일부 가해자에게 퇴학 및 정학 처분 등을 내렸으며, 피해자는 사건 이후 학교를 중퇴했다. 피해자는 지난 9월 16일 남학생 7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