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역사 왜곡 논란 해명에도
국민의힘 “‘암살자(들)’ 보기도 싫어”
더불어민주당 “영화부터 보고 말하라”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관객들
개천절 연휴 3일간 52만명 몰려
실관람객 평점 8점대·CGV 에그지수 91%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고 육영수 여사의 충북 옥천 생가를 방문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주진우 등 영화 '암살자(들)'을 관람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영화의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이 영화에 대해 국감 질의하거나 코멘트하시려는 의원님들 제발 영화부터 보고 이야기하라"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을 둘러싼 국민의힘 공세를 두고 "영화가 역사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영화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가급적 정치의 개입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가 출연 배우와 창작자에 대한 도를 넘는 폭력적 상황들이 연이어지고 있고, 정치권의 무리함도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혼자 극장에 다녀왔다"며 "이 영화에 대해 국감 질의하거나 코멘트하시려는 의원님들 제발 영화부터 보고 이야기하라"라고 말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 ⓒ연합뉴스특히 국민의힘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상영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제발 국제사회 망신은 여기까지 하자. 그 문서를 받아든 영화제 관계자나 국제사회는 2024년 계엄을 떠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영화를 국회 국감장에 끌고 오는 일 역시 창작에 대한 재갈이자 무도한 폭력이다. 문체위원장으로서 원칙을 지키는 일에 단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암살자(들)' 관련 영화인들이 사생활 침해, 스토킹 등 신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오늘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알렸다. 최 장관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문체위 소관 법률안 관련 심사에서 '암살자(들)'과 관련해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사상 검증에 가까운 질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다. 작품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영화 관람 인증도 이어졌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극우 그리고 국힘, 그 영화 보기는 했나? 보면 감동할걸? 영화 진짜 잘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고,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정권의 사익과 부패 카르텔의 이권이 아니라 진정한 국익과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서 누군가는 지치지 말고 묻고 또 묻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왜곡을 방치한다"는 영화 관람 소감을 남겼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암살자(들)'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전 여사의 피격 사건을 각색했다. 영화 개봉 이후 주진우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도 영화가 사건의 여러 가설 중 하나인 '박정희 및 중앙정보부 주도 암살 계획'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며 '역사 왜곡', '고인 모독' 등을 주장했다. 주 의원은 주연 배우 유해진을 향해 "생긴 게 북한상" 등의 외모 비하를 언급해 논란을 빚었고, 지난 4일 극우 성향 단체가 유해진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에 감독과 제작진이 나서 박정희가 육영수 암살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헤명했다. 실제 영화는 육영수 암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다루는 가운데 벌어진 언론 검열, 탄압 등이 중심인 작품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등은 "영화를 향한 비판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상황은 '암살자(들)'에 대한 영화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아닌, 인신에 대한 선을 넘은 공격이다. 영화인들이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암살자(들)'이 지난 5일 기준 박스오피스와 좌석판매율 1위를 차지했다. 해외 평론가 점수인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100%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로튼 토마토 갈무리제작진의 해명과 영화인들의 연대에도 보수 진영과 지지자들의 반발과 논란이 쉽게 식지 않자 영화관에는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3일부터 3일간 이어진 개천절 연휴에 약 52만 관객이 '암살자(들)'을 관람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와 좌석판매율 1위(5일 기준)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241만2816명을 기록했다.
관람 평가 기준점이 되는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7점, CGV 골든에그지수는 91%로 높은 숫자를 나타냈다. 해외에서는 로튼토마토지수 오픈과 동시에 신선도 100%를 기록했다. 로튼토마토지수는 미국 영화·시리즈 평점 사이트 내 평론가 등 영호관계자 점수를 의미한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 당시에는 "한국 영화사에 걸작으로 남을 작품" 등의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