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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 놓고 갈등 커지는데…이랜드, 채용·매장 확보 속도전

요약
  • 이랜드가 국내 판권을 확보한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사업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기존 총판인 조이웍스의 반발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 뉴발란스 라이선스 만료를 앞둔 이랜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호카를 낙점하고 조직 구성과 유통망 재구축에 나섰으나, 매장 공백과 기존 재고 처리 등이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랜드가 경력직 채용에 나서는 등 사업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랜드가 경력직 채용에 나서는 등 사업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이랜드가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사업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총판 측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2030년 뉴발란스 라이선스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법적 분쟁이 사업 추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매장·유통망 공백과 재고 변수는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현재 호카 사업부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상품기획(신발·의류), 영업, 온라인MD, 마케팅, 디자인(의상·용품·소재), 생산(니트) 등 6개 분야에서 지원서를 받았다. 호카 본사인 데커스 아시아퍼시픽이 8월 20일 이랜드를 한국 신규 유통사로 선정한 지 약 3주 만에 전담 조직 구성에 착수한 것이다.

반면 기존 국내 총판인 조이웍스 측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조이웍스 임직원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랜드가 채용과 영업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며 국회 앞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호카법' 제정과 이랜드의 채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랜드는 이에 대해 "기존 계약 당사자인 데커스와 조이웍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포스트 뉴발란스' 찾는 이랜드이랜드가 호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포스트 뉴발란스' 확보 전략이 있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 뉴발란스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지만 미국 본사가 한국 직진출에 나서면서 계약은 2030년 종료될 예정이다. 현재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매출의 28~30%가량을 뉴발란스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랜드로서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호카 국내 독점 총판을 맡아온 조이웍스의 최근 3개년 실적 추이. /그래픽 제작=이유리 기자 2018년부터 호카 국내 독점 총판을 맡아온 조이웍스의 최근 3개년 실적 추이. /그래픽 제작=이유리 기자
호카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우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조이웍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023년 433억원에서 2024년 820억원으로 89%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06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만에 매출 규모가 약 2.5배 확대된 것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57%에 달한다.

수익성도 견조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23년 122억원에서 2024년 183억원, 지난해 186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 확대 과정에서 영업이익률은 28.3%에서 17.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1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분쟁보다 더 큰 숙제…유통망 재구축업계에서는 이랜드의 호카 사업이 기존 총판과 본사 간 분쟁에 직접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데커스와 조이웍스는 올해 1월 계약 해지 통보 이후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재 당사자가 양사인 만큼 이랜드와 체결한 신규 판권 계약까지 무효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업 안착 과정에서는 변수도 적지 않다. 기존 사업을 인수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이랜드는 지난 8년간 구축된 매장과 유통망을 승계하지 못한 채 출발하게 된다.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매장은 조이웍스앤코가 운영하고 있다. 향후 판권이 이랜드로 넘어갔더라도 기존 운영사의 철수와 신규 사업자 입점은 별개 절차다. 백화점과의 신규 계약 체결은 물론 인테리어 공사와 매장 인력 채용까지 새롭게 진행해야 해 실제 매장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 문제도 변수다. 기존 총판이 보유한 재고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할인 판매가 이뤄질 경우 이랜드의 초기 가격 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이웍스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25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재고평가충당금은 2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었고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363억원에 달했다.

의류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계약 종료 이후 재고 소진 기간을 두거나 본사와 재고 처리 방안을 협의하기도 한다"며 "할인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 신규 유통사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발란스 성공 공식 적용하나결국 관건은 이랜드가 초기 공백기를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다.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대형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축적한 유통 협상력과 플래그십 스토어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채용에서도 영업 직무 주요 업무로 '상권 분석을 통한 매장 오픈 및 개발 주도'를 제시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직원을 뽑고 새로운 매장을 알아보는 등 사업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호카 사업은 의류·용품 카테고리 확대와 자사몰·신규 매장 중심의 유통망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랜드는 채용 공고에서 "이제 상품을 넘어 고객의 운동과 출근, 여행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하려 한다"고 밝혔다. 러닝화 중심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확장 구상은 채용 공고에도 반영됐다. 이랜드는 신발·의류 상품기획자와 의상·용품·소재 디자이너, 생산 인력을 모집하고 '한국형 빅아이템 발굴'을 주요 업무로 제시했다. 신발 중심이었던 호카에 자체 기획·생산 역량을 접목해 의류 사업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성장시키며 검증한 브랜드 운영 역량을 호카에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며 "호카 고유의 브랜드 색깔을 유지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대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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