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체 부담 상승 전망…파운드리 공급처 고민↑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차세대 2나노 공정 가격을 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를 TSMC에 의존하는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TSMC의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추격자인 업계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대만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내년 1분기 2나노 웨이퍼 가격을 기존보다 6~8%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앞서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10~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첨단공정 생산비와 전력비 상승 등이 이번 추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SMC의 가격 인상은 AI 반도체 시장 성장으로 2나노를 비롯한 선단공정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공정 생산능력이 제한된 가운데 고객사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TSMC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2나노 주문 증가에 대응해 웨이퍼 주문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15~20%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주 바오산과 가오슝 등에 위치한 2나노 전용 양산공장 5곳도 전면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부 고객사는 TSMC로부터 추가 웨이퍼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팹리스 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퀄컴과 AMD 등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은 제조비 상승과 단일 공급망 의존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TSMC 외 파운드리 공급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는 고객 확보의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TSMC의 가격 인상과 첨단공정 생산능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을 앞세워 일부 물량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앞세워 TSMC를 추격하고 있다. 2세대 2나노 공정인 SF2P를 추진하면서 수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공정의 수율과 생산 안정성이 실제로 검증될 경우 TSMC의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으로 생산처 다변화를 검토하는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7%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TSMC는 72%에서 73%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삼성 파운드리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고객 기반 확대와 사업 구조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미정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말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상장기업설명회에서 “현재 고객사 수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가 독립사업부로 처음 출범했을 때와 비교해 3배 정도 증가했다”며 “2029년까지는 고객사 수가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업 구조도 고성능 컴퓨팅(HPC)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서 HP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에서 현재 28%까지 높아졌으며, 2029년에는 6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공정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28년 2나노 3세대 공정 양산에 이어 2029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1기 팹은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하고, 2030년 양산을 목표로 2기 팹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가격 인상과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공정 확대가 맞물릴 경우 양사 간 격차를 좁힐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생산 생태계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실제 점유율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 확보와 함께 안정적인 수율 및 생산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챗GPR가 그린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