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바다에서 상어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열파로 난류성 어종의 분포가 달라지면서 상어의 출현 양상도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바다에서 상어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상어 기록단'이 제주와 한반도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온 어부와 해녀, 수협 관계자와 연구자들의 기억을 따라간다.
나는 이날까지 살면서 한 번도 아쿠아리움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채정희씨와 인터뷰를 하러 간다니, 동물원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사육사부터 만나는 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아쿠아리움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곳에 있는 동물들을 보려는 것이 나의 소비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였다.이런 생각은 8월 28일 채정희씨와의 대화를 통해서 달라진다. 채씨가 아쿠아리스트로서 상어를 돌보는 경험, 그리고 그가 일하는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상어를 보호하는 방식을 듣고 기록하였다.
|
| ▲ 잠수를 준비하는 아쿠아리스트 채정희 씨 |
| ⓒ 채정희 |
상어를 돌보는 생활
- 자기소개와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어류 파트장을 맡고 있는 채정희입니다. 저희 파트에서는 상어나 가오리 같은 어류는 물론이고 산호, 해파리, 갑각류, 양서류와 파충류까지 다양한 생물들을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사육사가 있듯이 아쿠아리움에서 수중 생물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통틀어 아쿠아리스트라고 부릅니다.
수조 하나하나는 작은 바다이자 독립된 생태계입니다.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희의 일인데요. 밥을 챙겨주는 건 기본이고 수조 청소와 다이빙, 수질 체크, 건강 관리부터 새로운 생물 수급, 전시 기획이나 시설 유지보수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국내 아쿠아리움 중 최초로 메디컬센터가 세워진 곳이라 저희 아쿠아리스트들이 현장에서 수의사, 수의 테크니션 선생님들과 손발을 맞춰 생물들의 건강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 상어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와 실제 상어의 모습 사이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상어를 떠올릴 때 가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아이들은 만화에 나오는 골치 아픈 상어를 생각하고 어른들은 영화 <죠스>처럼 무섭고 난폭한 포식자만 떠올리시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아쿠아리움에서 상어를 보면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똑똑한 '반전 매력'을 가진 동물입니다. 몸에 있는 '로렌치니 기관' 덕분에 모래 속에 숨은 작은 생물의 미세한 전기 신호까지 알아채고, 물속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민감하게 반응하죠.
게다가 머리도 정말 좋습니다. 너스상어나 제브라상어 같은 친구들은 사람을 알아보고 메디컬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해요. 흉상어류는 밥 주는 시간이나 장소는 물론이고 밥 준비할 때 나는 소리까지 기억하거든요.
사료를 들고 수조에 가보면 이미 상어들이 먼저 와서 똘똘하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알고 보면 무섭기보다는 참 신비롭고 교감하기 좋은 친구들이에요."
-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인데, 한정된 수조 안에서 다른 어류들과 어떻게 공존하나요?
"아쿠아리움에 오시면 관람객분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시는 게 '상어가 다른 물고기 다 잡아먹지 않아요?'거든요. 물론 수조 안도 작은 바다이자 생태계라서 먹이사슬이 아예 없진 않지만, 서로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게 아쿠아리스트들의 몫입니다.
저희는 상어들을 메인 수조에 넣기 전에 예비 수조에서 사료에 적응하는 훈련을 충분히 시킵니다. 그리고 영양가 높고 입맛에 맞는 먹이를 규칙적으로 잘 챙겨주어서 상어들이 굳이 사냥할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사냥 본능을 자연스럽게 조절해 주죠.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새 식구가 들어오면 기존 어류가 공격할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수조 안에 가두리를 띄워 새 생물이 주변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거나, 먹이를 동시에 던져 대형 어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등 온갖 노하우를 동원합니다."
|
| ▲ 다른 물고기(성대)와 함께 휴식하는 복상어 |
| ⓒ 신경준 |
- 지금까지 관리하셨던 상어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개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희가 관리하는 상어 중에 '토니너스 상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정말 특별한 추억이 많습니다. 수조를 보고 있으면 가끔 '어? 저 친구 행동이 왜 저러지?' 싶을 때가 있는데 얘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관람객분들이 수조를 보시다가 갑자기 다급하게 '저 상어 죽은 거 아니에요? 아픈가 봐요!' 하고 놀라서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저도 깜짝 놀라서 달려가서 관람객분들께 대신 해명을 하곤 한답니다.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 옆으로 갸우뚱하게 누워서 아주 편안하게 낮잠을 자는 거거든요.
토니너스 상어는 몸이 동글납작하고 타원형이라 주로 바닥에 머무르며 생활하는 친구예요. 평소에는 은신처 조형물 옆에서 조용히 쉬는 데 문제는 이 친구가 식탐이 정말 대단하다는 겁니다. 먹이 주는 시간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누구보다 열심히 쫓아다니며 과식을 하곤 해요.
그러다 보니 배가 남산만 하게 불룩해져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조 바닥에 옆으로 슬쩍 기울어져 쉬는 것이죠.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관람객분들께 상어의 생생한 일상을 알려드릴 때마다 아쿠아리스트로서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
| ▲ 아쿠아플라넷 메인 수조의 토니너스 상어 |
| ⓒ 아쿠아플라넷 |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상어
- 관람객들이 상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요?
"관람객분들이 다른 물고기들을 보실 때는 '와, 맛있겠다'라거나 '못생겼다, 멋지다' 하며 친근하게 대화하시는데, 유독 상어 앞에만 서면 튀어나온 이빨을 보고 '무섭다', '위험하다'며 긴장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상어라고 다 커다란 건 아니거든요. 두툽상어나 백점얼룩상어처럼 아담하고 길쭉한 친구들도 모두 엄연한 상어입니다.
또 상어마다 숨 쉬는 방식도 정말 신기해요. 무태상어나 샌드타이거샤크처럼 쉴 새 없이 헤엄치며 입으로 물을 받아 마셔야 숨을 쉬는 상어가 있는 반면 바닥에서 생활하는 상어들은 눈 뒤쪽에 '분수공'이라는 특별한 호흡 기관이 있어요.
이 분수공으로 물을 들이마시고 아가미로 내보내기 때문에 굳이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쉴 수 있답니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아프거나 힘없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인 거죠."
|
| ▲ 길이가 50cm밖에 되지 않는 소형 상어인 두툽상어 |
| ⓒ 아쿠아플라넷 |
- 아쿠아리스트로서 관람객들에게 상어를 설명할 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관람객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에 무조건 나쁜 상어는 없다는 것'입니다. 바다 관련 뉴스를 보면 상어가 출현할 때마다 '식인 상어'나 '포악한 상어'라는 무서운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요.
상어를 직접 키우고 마주하는 아쿠아리스트로, 상어가 이유 없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은 없습니다. 냄새에 반응했거나 갑자기 놀랐거나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처럼 생물로서 당연한 반응일 뿐이죠.
그래서 저희는 상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열심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쿠아리움 안에서는 '상어 인식 증진의 날'을 맞아 생태 설명회를 열고, 학교로 찾아가 어린이 생태 교실을 진행하며 상어가 얼마나 소중한 해양 생물인지 알려드려요.
심지어 제주 바다에서 조업하시는 어민분들이 보호종 상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응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합니다. 상어와 사람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저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쿠아리움에서 번식된 상어 중 야생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있나요?
"현재 아쿠아리움에서 번식된 상어들은 대부분 국내 토종이 아니거나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어 우리나라 바다에 직접 방류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무엇보다 멸종 위기종이나 번식 개체라 하더라도 관련 기관의 엄격한 허가와 생태계 검증 없이 임의로 방류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연 방류가 당장의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아쿠아리움이 수행하는 보전의 가치는 그 이상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상어와 눈을 마주치고 그 멋진 생명의 본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정말 훌륭한 교육이자 보전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적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 아쿠아리움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 있는 생태 보전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이어지는 상어 보전과 연구
- 아쿠아플라넷은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식지외보전기관이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가요?
"서식지외보전기관은 자연 속에서 사라져 가는 해양 생물들을 지키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제도입니다. 원래는 야생 서식지에서 보호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환경오염이나 개발로 서식지를 잃었거나 개체 수가 급감한 생물들은 따로 안전한 공간에서 돌보고 증식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서식지외보전기관은 멸종 위기종을 안전하게 지키고 번식시켜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보전 교육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아쿠아플라넷은 그동안 나팔고둥 인공 증식이나 멸종 위기 상어류의 구조, 치료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는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의 인공 증식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 ▲ 아쿠아플라넷에서 발행한 생태 보전을 위한 안내서 |
| ⓒ 신경준 |
- 아쿠아리움에서 상어를 연구하고 보전하는 것이 야생 상어 보호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야생 상어들은 워낙 활동 영역이 넓고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다 보니 자연 상태에서 그 습성을 정밀하게 관찰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대형 사육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아쿠아리움에서는 상어를 안전하게 돌보며 생리, 번식, 대사율, 질병 등 야생에서는 얻기 힘든 기초 데이터를 지속해서 축적할 수 있습니다.
아쿠아리움이 연구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확보한 이러한 기초 자료는 야생 상어 개체군의 건강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하는 등 실질적인 보전 정책을 수립하는 데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형 아쿠아리움이 존재하는 중요한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 상어의 증식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종의 상어를 어떻게 연구하고 계신가요?
"상어의 증식 연구는 자사 메디컬센터의 수의사와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등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는데요. 상어의 종 보전을 위한 인공수정 기술 연구를 통해 까치상어, 백기흉상어의 호르몬 배란 유도를 통한 인공수정 기술이 확립됐죠.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사육 시설에서 진행된 연구로, 생물을 안전하게 포획하고 보정하고 다시 수조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상어 담당 아쿠아리스트의 노력이 있었어요. 현재는 또 다른 종인 두툽상어로 인공수정 기술을 확립한 뒤 성공적인 인공 번식이 완성되면 자연 방류를 도모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상어를 포함한 해양 생물의 보전을 위해 아쿠아리움과 야생 현장의 연구자·기관들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나요?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곳을 넘어 생태계 보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문 인력과 사육 기술을 활용해 일반 대중에게 해양 생물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 기관이자 서식지외보전기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치거나 갈 곳 없는 해양 생물들을 구조해 재활을 돕고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도 크죠.
나아가 연구 기관들과 손잡고 실질적인 종 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공 생태계 안에서 번식과 자어 육성을 거쳐 멸종 위기종을 안전하게 키워냅니다. 구조되거나 방류되는 개체에는 위성 태그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모니터링 연구를 함께 진행합니다."
|
| ▲ 함께 유영하는 흑기흉상어들 |
| ⓒ 신경준 |
수조 밖에서도 이어지는 돌봄
인터뷰를 마친 후 채정희씨는 우리를 전시관으로 안내했다. 그의 설명처럼 커다란 수조에는 다양한 어류와 생물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한 수조가 자아내는 광경,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다종의 생물들이 지금껏 어떻게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고, 또 어떤 돌봄을 필요로 하는가는 서로 다를 것이다.
아쿠아리움이 단편적인 관람 기관에 머물지 않고 생태 보전에 기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은 채정희씨와 같이 해양 동물을 돌보고 연구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터뷰 후 수조에서는 편안하게 쉬고 있거나 유영하고 있는 여러 상어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수조의 구석을 보면서 문득 채정희씨가 말한 먹성이 좋고 누워 있기를 좋아하는 상어가 저 친구일까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