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원 더바이블 프로젝트 대표, 구미정 이은교회 목사, 권수경(왼쪽 두 번째부터) 일원동교회 목사가 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교회에서 열린 합동 북토크 ‘구민경의 룻기 파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어머니를 끝까지 따라간 이방 여인의 이야기, 고작 4장 85절. 구약성경 룻기는 분량만큼 줄거리도 간단하다. 남편을 잃은 며느리 룻은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따라 낯선 땅으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부유한 친척 보아스와 결혼해 다윗왕의 증조모가 된다. 주일 설교 본문에 오른 룻기의 결론은 대개 비슷하다. ‘순종하면 복을 받는다’는 것. 한데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이 이야기를 다룬 책 세 권이 지난달 한꺼번에 나왔다. 저자도 출판사도 미리 약속한 일은 아니었다. 세 저자는 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교회(권수경 목사)에서 합동 북토크 ‘구민경의 룻기 파티’를 열었다. 행사명은 ‘구’미정 이은교회 목사와 송‘민’원 더바이블 프로젝트 대표, 권수‘경’ 목사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구미정 목사 구 목사의 ‘룻과 함께 아모르 파티’(비아토르)는 철학과 문학의 언어로 룻기를 읽는다. 재해석의 길동무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네 운명을 사랑하라)’를 말한 철학자 니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가정의 달인 5월이면 룻기를 꺼내 시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가르쳤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구 목사가 이해한 룻은 그런 ‘착한 며느리’에 머물지 않는다.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 심청처럼 시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몰락했다가 끝내 꽃을 피워 내는 ‘힘 있는 여자’. 구 목사는 “‘꿈도 미래도 없다’며 무력해진 청년들에게, 아브라함과 달리 아무 약속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두고 길을 나선 룻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송민원 대표 송 대표의 ‘더바이블 룻기: 헤세드의 사람들’(감은사)은 한 단어에 주목한다. 히브리어 ‘헤세드’다. 흔히 인자나 사랑으로 옮기는 말이지만 송 대표는 “헤세드엔 ‘서로 잘해 주자’는 사랑과 ‘한번 맺은 약속은 깨지 않는다’는 신실함이 함께 담겨 있다”며 “두 뜻을 한 단어에 담은 말은 다른 언어엔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해줄 게 없으니 관계를 끊자는 시어머니에게 룻이 끊지 않겠다고 답하는 장면을 그는 룻기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봤다. 송 대표는 룻기의 시대를 ‘환대라는 단어가 없는 세계’로 바라본다. 길에서 맞아 죽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고, 낯선 사람은 경계부터 해야 했던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룻기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헤세드를 베푼다. 룻은 시어머니 곁을 끝까지 지키고, 보아스는 처음 본 이방 여인 룻을 대가 없이 돌보는 식으로. 송 대표는 “모두가 ‘나부터 살자’ 하던 세상에서 ‘내가 너를 살려 줄게’라고 말하는 마음이 헤세드”라며 “하나님의 헤세드를 사람 사이로 옮겨 놓은 이야기가 룻기”라고 말했다.
권수경 목사 권 목사의 ‘권수경의 룻기, 더불어 사는 공동체’(야다북스)는 인물의 내면보다 공동체와 경제에 눈을 둔다. 권 목사는 흉년에 고향을 떠난 나오미 가정을 가난한 피난민이 아니라 재산을 챙겨 공동체를 등진 부자로 이해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가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다”(룻 1:21)고 탄식하는 장면, 떠날 때 팔지 않은 밭을 나중에 처분하는 대목이 근거다. 고향에 남아 이웃과 곳간을 나눈 보아스는 그 맞은편에 선다. 권 목사는 “경제적 나눔이 없는 공동체는 가짜”라고 강조했다. 북토크에선 이 해석을 두고 의견이 오갔다. 사회자가 “제일 센 질문”이라며 꺼낸 얘기도 나오미 가정의 몰락을 하나님의 징벌로 읽은 대목이었다. 구 목사는 “질병이나 사고, 죽음을 하나님의 징계로 해석하는 신앙은 위험해 보인다”고 경계했다. 이에 권 목사는 “나오미의 말을 문자 그대로 강하게 받아들여 해석했다”며 “실제로 고통을 겪는 이를 대할 때는 정죄하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조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통의 원인을 따지기보다 하나님이 내게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바라보도록 돕는 게 목회자의 몫일 것”이라며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을 떠올리며 룻기를 다시 읽어 보겠다고 덧붙였다.
세 저자는 서로의 책에서 배운 점도 아끼지 않고 꺼냈다. 구 목사는 송 대표의 책을 읽고 “히브리어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짚어 주니 본문이 선명해져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했고, 권 목사는 구 목사의 책을 두고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이라고 논찬했다. 행사를 처음 제안한 송 대표는 “비슷한 책이 잇따라 나와 서로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룻기 한 권을 여러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잔치를 벌일 일”이라며 “교회 공동체든 개인이든 한 본문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으면 그만큼 풍성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민원 더바이블 프로젝트 대표, 구미정 이은교회 목사, 권수경(왼쪽 두 번째부터) 일원동교회 목사가 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교회에서 열린 합동 북토크 ‘구민경의 룻기 파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