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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페스트 연구소 사고 정보공개 압박…“생물무기 연구였나” 촉각

요약
  • 미국은 러시아 페스트 연구소에서 발생한 병원체 유출 의심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에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 이번 사고로 연구원이 사망한 가운데, 미국 당국은 단순 감염병 연구인지 생물무기 개발과 관련된 연구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페스트 병원체 든 시험관 깨져 연구원 사망한 사건
루비오 “러, 세계에 더 많은 정보 공유할 의무 있어”
美 CDC·국무부 등 사고 경위·확산 가능성 파악 총력
“무기화·유전자 조작 증거 없어”…생물무기 의혹도
페스트 병원체 변형하는 연구가 이뤄졌는지에 촉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 페스트 연구소에서 발생한 병원체 유출 의심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에 보다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사고 경위와 감염 확산 여부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해당 시설이 일반적인 감염병 연구를 수행한 것인지, 생물무기 개발과 관련된 연구가 이뤄졌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미국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모든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측만 늘어놓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러시아가 세계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많이 알수록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며 “별일 아닐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 이에 대처할 조처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시간 단위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투명성을 갖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지금까지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내에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고는 지난달 25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발생했다. 한 여성 연구원이 페스트 병원체가 들어 있는 시험관을 깨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원은 29일 중증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으며 이달 1∼2일 사이 숨졌다.

러시아 현지 독립매체들은 숨진 연구원이 이송된 병원에서 약 200명이 격리 관찰 대상자로 지정됐으며, 시내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도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아이슬란드로 출발하기 전에는 “불안해할 사안은 아니지만 주목하고 계속 지켜볼 사안”이라고 밝혔으나, 하루 뒤에는 러시아의 정보 제공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질병예방대응본부(ASPR) 등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추가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당국 역시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감염 확산 여부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해당 연구소에서 페스트 병원체를 변형하는 연구가 이뤄졌는지 여부다.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은 연구소가 병원체의 감염력을 높이거나 약물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기능획득’ 기법을 활용해 페스트 표본을 변형하려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했던 아시시 자 전 백악관 조정관은 WP에 러시아 보안당국이 숨진 연구원의 병원 이송에 관여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자 전 조정관은 또 러시아가 공격용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해당 시설에서 정확히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합법적인 페스트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된 것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까지 숨진 연구원이 무기화된 병원체나 유전자 조작 세균 연구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원은 최근 동물에서 페스트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러시아·몽골 국경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소를 둘러싼 의혹도 과거 러시아의 생물무기 연구와 관련한 미국의 평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악시오스는 미 싱크탱크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가 해당 연구소에 대해 러시아 군 당국이 변형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역시 2024년 러시아가 공격적인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옛 소련의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흡수해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숨진 연구원의 정확한 발병·사망 원인과 함께 감염 확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행경보 발령이나 미국 입국 제한 등 예방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보건 당국자였던 데이비드 맨스도어퍼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한 지침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무부의 여행경보 발령과 현지 미국인에 대한 행동지침 전달, CDC의 여행보건 관련 권고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정 여부는 러시아가 관련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감염병 확산 위험뿐 아니라 해당 시설에서 수행된 연구의 성격까지 확인해야 대응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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