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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퇴할 나이에 ’30년 만기' 빚… 고령층 장기 주담대 늘었다

요약
  • 집값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인해 60~70대 고령층 사이에서 30년 이상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40년 이상 초장기 대출 규제로 인해 차주들이 30년 만기로 몰린 가운데, 은퇴 후 소득 감소 시기에 빚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줄 요약

  • ㆍ60대 62%, 70대 55% 30년 이상 주담대 선택
  • ㆍ평균 대출액 44% 증가, DSR 규제 회피 목적
  • ㆍ40년 대출 규제 강화로 30년 만기 급증

  • 집값 상승에 따라 대출액이 커지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늘려 월 상환액을 낮추는 흐름이 60~70대까지 번지고 있다. 노년층의 장기 대출 자체를 부실 징후로 볼 것은 아니다. 같은 금액을 빌려도 20년보다 30년에 나눠 갚으면 매달 부담이 줄고 DSR 기준을 맞추기도 쉬워진다. 다만 은퇴로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 30년 만기 빚을 지는 것이 흔한 선택이 됐다는 점은 달라진 주택 금융의 단면이다. 실제로는 주택 매각이나 갈아타기, 중도상환으로 약정 만기보다 일찍 대출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 빚을 유지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뉴스1서울 시내 한 금융기관에 게시된 주택 담보 대출 안내문. /뉴스1서울 시내 한 금융기관에 게시된 주택 담보 대출 안내문.
    60대는 62%, 70세 이상도 55%가 ‘30년 이상’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이 새로 받은 주담대 8만110건 가운데 만기 30년 이상은 4만8195건(60.2%)이었다. 2021년에는 10만1671건 중 4만8175건(47.4%)이었다. 4년 사이 이 연령대의 전체 신규 주담대는 2만1561건 줄었는데, 30년 이상 만기 대출은 오히려 20건 늘었다. 전체 대출 건수가 줄어도 장기로 나눠 갚는 대출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60대 이상이 30년 이상 만기로 돈을 빌린 장기 대출 비중은 2022년 49.9%, 2023년 59.8%, 2024년 64.2%로 점점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대출 규제 강화로 60.2%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신규 대출 10건 중 6건에 달했다. 60대와 70세 이상을 나눠 봐도 흐름은 같다. 지난해 60대 신규 주담대 5만9460건 가운데 3만6927건(62.1%)이 30년 이상이었다. 2021년 48.2%에서 13.9%포인트 높아졌다. 70세 이상은 지난해 신규 주담대 2만650건 중 1만1268건(54.6%)이 30년 이상이었다. 2021년에는 45.0%였다.

    대출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60대가 새로 받은 주담대는 한 건당 평균 1억4960만원, 70세 이상은 1억2760만원이었다. 60대 이상 전체로는 평균 1억4390만원으로, 2021년 9990만원보다 약 44% 늘었다. 빌리는 금액이 커진 만큼 만기를 늘려 월 상환액을 낮출 필요도 커진 셈이다. 은행별로는 지난해 KB국민은행에서 60대 이상이 받은 신규 주담대 2만3212건 중 1만6283건(70.1%)이 30년 이상으로, 5대 은행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았다. 건당 평균 대출액은 NH농협은행이 1억8230만원으로 가장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 상승으로 필요한 대출액이 커진 상황에서 만기 연장은 월 상환 부담과 DSR을 함께 낮추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며 “연령보다 소득과 담보가치를 중심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장기 만기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DSR 문턱 높아지자 만기 연장… 40년 막히자 30년으로
    장기 주담대가 늘어난 배경에는 집값 상승과 함께 DSR 규제 강화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2021년 7월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시가 6억원이 넘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됐다. 2022년 1월에는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같은 해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차주까지 적용됐다. 2024년부터는 실제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한도를 계산하는 ‘스트레스 DSR’도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같은 소득으로 필요한 대출액을 받으려면 만기를 늘려 매년 갚는 원리금을 낮춰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은행들도 이에 맞춰 대출 만기를 늘렸다. 5대 은행이 40년 만기 주담대를 잇달아 내놓은 2022년, 60대 이상이 받은 40년 이상 주담대는 1만5267건이었다. 2023년 은행권에 50년 만기 상품까지 확산되자 5만 923건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5만 6399건까지 늘었다. 금융 당국은 2023년 9월부터 50년 만기 대출이라도 장기간 상환 능력이 확인되지 않으면 DSR을 계산할 때 만기를 최대 40년까지만 인정했다. 만기를 늘려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규제가 한층 강해졌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새로 받는 주담대의 만기를 30년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60대 이상이 받은 40년 이상 주담대는 지난해 1만7600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30년 만기 대출은 2024년 2만7644건에서 지난해 3만595건으로 늘었다. 월 상환액과 DSR을 낮추려고 선택했던 40~50년 만기가 막히자, 차주들이 30년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령화는 통상 은퇴 세대의 부채 축소로 이어지지만 미국·영국처럼 고령층의 주담대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은퇴 후에도 부채를 유지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분석했다. 박대출 의원은 “장기 만기는 DSR을 지키면서 월 부담을 낮추는 기능이 있지만, 은퇴 이후 소득과 총이자까지 고려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금융회사는 고령 차주에게 장기 대출의 비용과 중도 상환 계획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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